• 2015-03-09
    ​​얼마 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드레스 색상 논란을 아시는지요.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 세계 온라인 공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 아닌 사건 말입니다.미국에서 드레스의 색상을 두고 파랑 바탕에 검정 줄 무늬냐, 흰 바탕에 금색 줄 무늬냐를 두고 의견을 구하는 블로그 대화 내용이 미디어를 타면서 온갖 주장과 분석 기사들까지 쏟아져 나왔지요.대체 무슨 말인가 하시는 분은 인터넷에 검색어를 한번 쳐 보시기 바랍니다. 수많은 논평, 해설, 심지어 패러디들까지 지금도 줄을 잇습니다.핵심은 우리가 자명하다고 여기는 색상도 조명이나 주변 색, 보는 사람의 초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 자체가 그렇게 새삼스러울 것은 없습니다.개의 눈만 해도 거의 색맹에 가까워 세상이 흑백 사진처럼 보인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사람들 중에도 색맹과 색약이 있어 숫자나 기호를 달리 읽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그런 신체적인 차이에서 비롯한 것 말고도 우리의 인지 과정에서 숱한 착시와 터무니없는 오독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인지심리학 책에서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고릴라 실험’이 있지요. 눈 앞의 농구 선수들이 공을 주고받는 횟수를 헤아려 보라는 과제를 주었더니, 그 뒤로 왔다갔다 한 고릴라(로 분장한 사람)는 제대로 본 사람이 드물더라는 실험 말입니다.사람들은 한 곳에 몰두하게 되면 다른 것은 잘 눈에 들어오지도 않거니와, 설사 시야에 들어오더라도 우리 의식적인 지각 속에는 자리를 잡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선입견’이라든가 ‘편견’ ‘고정관념’이라는 단어에 모두 ‘본다’는 뜻의 한자말이 들어있음은 의미심장합니다. 눈은 세상을 보게 하는 창이지만, 그 창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야는 달라지고 남들과는 다른 세상을 보게도 됩니다.한 달 전쯤 국내에 ‘미스터 터너’라는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습니다. 영국에서 국민 화가로 칭송받는 윌리엄 터너(1775~1851)의 인생 후반을 그린 전기 영화입니다. ‘빛의 화가’라고도 불리는 터너는 프랑스 인상파의 길을 닦은 화가로 미술사에서 높이 평가 받습니다.그 영화에 재미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국 해변의 풍경을 즐겨 그렸던 그가 어느 날 파도가 거센 바다로 나가는 배의 선장에게 자기 몸을 돛대에 묶어달라고 청합니다. 험하게 몰아치는 파도를 해상에서 직접 체험하고 눈으로 보겠다는 생각에서였지요.뱃사람들은 아마 그가 살짝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그의 그림은 당대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때 포착한 장면들을 캔버스에 담아냅니다.왜 그랬을까요, 그 때의 터너는. 도대체 예술가들은 왜 이런 미친 짓을 서슴지 않는 걸까요. 이번 책 ‘예술 수업’은 그런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궁금증을 푸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우리의 일상에서 예술 일반이 차지하는 의미를 깨닫게 합니다.성균관대에서 손가락 안에 들었다는 명강의답습니다. 친절하면서도 적당한 깊이까지 갖췄습니다. 다루는 장르도 다양합니다. 고전 ‘햄릿’의 재해석, 피아노 연주곡 ‘짐노페디’, 샤갈의 그림 ‘손가락이 일곱 개인 자화상’, 타르콥스키의 영화 ‘희생’, 체호프의 단편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화가 호퍼의 ‘간이휴게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시범적으로 거론하고 해석합니다.궁극에는 예술이란 그저 고상한 문화적 사치가 아니라, 근원적인 삶의 충동이자 표현이며 방식임을 보여 줍니다. 그럼으로써 우리 안에 잠자던 예술가의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도록 합니다.터너가 돛대에 한사코 몸을 묶으려고 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는 그로 인해 이전까지 그 누구도 해내지 선보이지 광경을 화폭에 구현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했습니다.이 책의 저자는 말합니다.“세상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각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이성이나 논리는 감각에서 나온 이해와 정보를 바탕으로 구축됩니다. 그런데 머리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일에 대한 견해인 관념은 금세 타성에 빠지기도 합니다. 심지어 상황이 변해도 ‘틀에 박힌 생각’, 즉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해 세상을 왜곡하는 일이 드물지 않죠.그렇기에 세상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는 감각이 살아 있어야 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중략) 예술의 반대말은 추함이 아니라 ‘무감각’인 거죠. 뛰어난 예술작품은 무엇보다 우리의 감각을 되살립니다. 그래서 그런 예술작품을 접하면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집니다.”저는 얼마 전부터 주말에 그림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맨 기초인 선 긋기부터 시작해서 명암 연습을 지나 이제 사과를 놓고 그립니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빛과 그림자입니다.평소 무심코 봐 넘겼던 것들을 다시 보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 사람도 있습니다만,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만큼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 만큼 세상에 대한 느낌도 풍요롭고 깊어진다는 사실을 체감합니다.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주말에 가까운 미술관을 찾아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행복한 3월의 봄, 독서와 함께 오감의 즐거움을 누리시기 바랍니다.전병근 기자 journey@chosunbiz.com​오종우 지음|어크로스|343쪽|1만7000원​
  • 2015-02-04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은 출근하시면 제일 먼저 무슨 일을 하시는지요? 저는 주요 일간지들을 훑어봅니다. 행여 밤 사이 새 소식이 뭐가 있을까 해서입니다. 행여라는 말을 앞세운 까닭은, 요즘은 조간 신문에 실린 뉴스 대부분이 어제 온라인에서 봤거나 아침 TV에서 본 것들이기 때문입니다.오늘(3일자)은 다행히도 눈길을 붙든 기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중앙일보 19쪽 하단에 난 칼럼입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의 이웅준 교수가 연재하는 ‘오! 마이 미디어’의 글입니다. 제목을 ‘3D 프린터로 신상품 쏘아주는 미디어?... BBC가 본 뉴스의 미래’라고 달았더군요.찬찬히 읽어 보니 영국 공영 BBC가 최근에 펴낸 ‘뉴스의 미래’ 보고서를 소개한 글입니다. BBC 홈페이지를 찾아가 봤습니다. 웹에 PDF 파일로도 올려놓았더군요. 모두 47쪽입니다.공교롭게도 여기에도 ‘사물인터넷’ 이야기가 나옵니다. ‘디스럽션(disruption)’이라는 표현도 등장하더군요. 요즘은 전 분야가 파괴되고 교란되는 중입니다.보고서에는 ‘센서와 빅데이터가 결합하고, 모든 것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에 콘텐츠는 그 자체가 생활환경이 된다’ ‘그런 상황에서 뉴스와 노이즈의 구분은 점점 더 중요해진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지난해 10월 북클럽은 ‘제 2의 기계혁명’이라는 책을 함께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책에서 오늘날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는 자동화 물결이라는 것이 일대 문명사적인 전환이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지요.이번에는 그 자동화의 물결 중에서도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바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혁명이라고 불리는 일련의 파상적인 혁신의 물결입니다.다양한 센서와 방대한 규모의 빅데이터가 결합되면서 사람과 사물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이 혁명은 이제 산업 전반은 물론 생활 전 분야에 걸쳐 다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하고, 그 현주소를 상술한 책입니다.읽는 분에 따라서는 어떤 내용은 이미 접해봤을 수도 있습니다. 저자 자신도 책을 출간하기 직전까지도 새로 나오는 내용을 찾아 업데이트해야 했다고 말할 정도로 지금의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이 책은 사물인터넷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을 이야기했지만, 눈앞에 다가온 미래 사회를 가늠하는 데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아마도 조만간 삼성, LG 같은 국내 기업들부터 숱한 관련 상품을 쏟아내고 다른 분야 기업들도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이제는 어느 업종에서 일을 하더라도, 아니 어떤 개인의 일상도 디지털 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흐름은 외면할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저자가 앞 부분에서 사물인터넷 시대를 불교의 ‘색즉시공’에 비유한 것은 의미심장합니다.“이제 온라인 오프라인 경계는 무의미해졌다. 정보의 주체가 누구인지도 모호하다. 사물이 나 자신이고 내가 사물의 일부가 된다. 물아일체. 장자가 꿈꾸던 자유로운 사유의 세계가 열렸다.”예전에 SF 영화에 나오는 사이보그 로봇 정도로 생각했던 사람과 기계의 결합이 우리 생활 환경의 주요 원리로 다가오다니요.그것이 어떤 부작용을 낳고 철학적 고민을 던지는가에 대해서는 또다른 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작금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개념은 기계의 ‘딥 러닝(Deep Learning)’입니다. 심층학습이라는 뜻입니다. (이 개념에 대해서는 얼마 전 전해드린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의 인터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딥러닝이 놀라운 점은 이제는 컴퓨터가 인간이 개입해서 체계화한 데이터를 분석해낼 뿐만 아니라, 우리 뇌의 신경 회로에 준하는 운영체계를 스스로 운영할 수도 있게 된다는 점에 있습니다.딥러닝은 저장된 빅데이터 분석은 물론 인간과 사물이 소통하면서 수집되는 실시간 행동 데이터까지 분석하고 학습합니다.나아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딥러닝 분석은 우리가 기억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억하지 못하지만 뇌 속에 잠재된 기억까지 다룹니다. 그럴 경우 우리 무의식에 내재된 행동까지 촉발하는 마케팅 방법론이 제시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기계가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과연 이 디지털 기술의 변화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요. 너무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물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 됐건, 거세게 밀려드는 물결을 올라타지 못하면 휩쓸리게 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겠지요.모쪼록 이번 책을 통해 지금 우리가 어디쯤 와있는지, 조만간 닥칠 파도의 수위는 어느 정도일지 가늠해 보시기 바랍니다.전병근 기자 journey@chosunbiz.com​강시철 지음|리더스북|440쪽|1만9500원​
  • 2015-01-13
    ​​새해 하고도 벌써 13일입니다.북클럽은 작년 이맘때 신간 ‘리추얼(Ritual)’을 택해서 함께 읽은 적이 있습니다. 기억나시는지요? 세계 유명 작가, 학자, 예술가들의 남다른 일상 습관을 모은 책이었습니다.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의식’처럼 꾸려나간 결과 저만의 목표를 이룰 수 있었는지 조사한 결과를 담은 책이었지요.‘리추얼’이란 바로 그들만의 성공 비결인 일상 습관이었습니다. 우리도 한 해를 새로 시작하면서 명사들의 리추얼을 참고해 자신만의 좋은 습관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습니다.올해 첫 선정도서도 ‘습관’에 관한 책입니다. 제목이 말해주는 대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조언하는 책입니다.요즘 웰빙과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부터 여가 활동과 운동에 이르기까지 내 몸과 마음의 안녕을 위한 노력들도 치열합니다.방송에는 건강식에 대한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토크쇼마다 입담 좋은 의사들이 나와서 ‘비방’을 전합니다. 서점에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극적인 표지나 제목으로 호객하는 건강서들 앞에서 독자들은 오히려 헷갈리기까지 합니다.이 책 저자도 서문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언론들이 건강을 위한 팁을 사탕과자 나눠주듯 쉽사리 제공해주는 이 정보의 시대 속에서, 건강하게 산다는 과제는 오히려 더 복잡해졌을 따름이다.”그러던 차에 때마침 중심을 잡아줄 만한 책이 출간되어 반갑습니다. 저로서는 감히 건강이나 의료에 대해 말하고 평가할 만한 식견은 없습니다. 그럴 자격도 못 됩니다. 다만 이 책이 국내외에서 믿을 만한 전문가들의 감수와 평가를 통과한 책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저자는 현재 미국내에서 대중을 상대로 한 의료저널리즘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뿐 아니라 암퇴치 연구 전문 분야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고 능력을 인정받는 현역 의사이기도 합니다.이보다 앞서 나온 그의 첫 책 ‘질병의 종말(The End of Illness)’에서 그는 암퇴치 현장에서 얻은 지식을 풀어놓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이제부터 전체적인 건강을 여러 가지 프로세스가 얽혀 있는 복잡한 네트워크로 바라봐야 한다.”이런 문제 의식의 연장선 상에서 나온 것이 이 책입니다. 일련의 건강 규칙을 주치의의 처방전처럼 간명하게 정리해서, 마치 환자가 곁에 두고 보는 것처럼 참고할 수 있게 한 것이지요.저자 스스로 ‘검증된 것만 택하는 보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책 내용들도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것들입니다. 어찌 보면 ‘뻔한 것들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찬찬히 읽어내려가다 보면 평소 빠뜨렸거나 소홀히 했던 부분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점검하게 합니다. 마치 학기말 고사를 앞두고 총정리 테스트를 푸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저자는 그 깐깐한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투병 중일 때 택한 주치의였습니다. 책에서 권하는 내용들을 보면, 아이폰만큼이나 심플하고, 잡스만큼 명료하고 단호합니다.너도나도 새해에 다양한 목표를 세우고 결심들을 합니다. 하지만 용두사미,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아예 ‘새해 결심을 오래가게 하는 법’이라는 이름의 팁들까지 유행입니다.그 중 상위에 단골로 오르는 항목이 뭔지 아십니까. ‘목표를 세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중후장대하고 원대한 목표보다는, 보다 손에 잡히고 달성 여부가 쉽게 판가름나는 작은 목표들로 이어달리기를 하라는 얘기지요.이 책에 나오는 항목들이 그런 일상의 자잘한 목표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체크리스트처럼 자문하고 자답해 나가다 보면 건강이라는 목적지(혹은 그 가까이)에 닿아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합니다. 저는 북클럽에서 함께 읽는 책을 통해 마음의 양식뿐만 아니라 ‘몸의 보약’을 얻기도 합니다.얼마 전에 읽은 ‘잠의 사생활’이 대표적입니다. 거기서 얻은 정보와 지식 덕분에 요즘 수면이 훨씬 자연스러워졌음을 느낍니다. 일상도 한결 편해졌습니다.모쪼록 이 책의 건강 정보들도 여러분의 몸에 ‘보약’ 같은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북클럽도 2015년 한 해를 기분좋게 출발할 수 있겠습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전병근 기자 journey@chosunbiz.com​데이빗 B. 에이거스 지음|권기대 옮김|베가북스|281쪽|1만4000원​ 
  • 2014-12-31
    ​​영화 ‘국제시장’을 보셨는지요? 저는 개봉 다음날 가서 봤습니다. 지금처럼 떠들썩하기 전이었습니다. 별다른 사전 정보도 없이 가서 봤습니다. 처음엔 황정민-김윤진 부부가 주름 깊은 노인으로 분장한 장면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너무 어설퍼서 말입니다.새로 리메이크한 영화 ‘혹성탈출’ 시리즈의 유인원 얼굴이 떠올랐다면 제 심보가 고약한 걸까요. 분장 처리 하나를 보고 나니 영화가 갑자기 얕잡아 보이더군요. ‘또 그렇고 그런 후일담 영화겠구나... 어디 한번 어디까지 가나 보자’ 싶었습니다. 심사는 이미 삐딱한 평론가의 그것으로 돌아앉은 상태였지요.중간중간에 정주영과 앙드레김, 남진을 가리키는 게 분명한 인물들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장면도 우습기만 했습니다.그런데 말입니다. 점점 저도 모르게 스크린 장면장면 위로 돌아가신 아버지 모습이 어른거리는 겁니다. 당신께서도 주인공 덕수처럼 일제 강점기에 집안의 맏이로 태어나서,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자수성가하신 분이셨지요. 매형이 하는 공장에서 밑바닥부터 일을 배워 중소기업 사장으로 독립한 후에는, 자식들 대학, 출가 다 시키고 칠순도 되기 전에 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시절, 현대차 포니 중고를 마이카로 장만하시고선, 저를 옆 자리에 태우고 시내 도로를 보란 듯이 주행하시던 장면이 생각납니다.이역만리 독일 탄광촌으로, 빗발치는 총탄 속 월남으로 외화벌이를 떠나는 수고를 겪지는 않으셨지만, 3남3녀 식구를 건사하느라 평생 당신의 꿈은 뒤로 접어두셔야 했던 분이었지요.그러고 보니, 지난 여름 북클럽이 함께 읽은 ‘투명 인간’의 주인공 만수도 꼭 그런 주인공이었습니다. 6남매의 차남(이지만 형이 전사하고 사실상 맏이 노릇을 했지요)으로 평생을 아버지에 대한 의무감으로 살아낸 사람 아닙니까. 저는 영화 중에서도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덕수 노인이 말년에 뒷방으로 혼자 들어와 하는 독백입니다. "아부지, 이만 하면 잘 살았지요. 그런데 아부지, 내 참 힘들었습니더. 아시지요." 순간, 제 눈 안쪽에서 왈칵 뜨거운 것이 솟더군요.공교롭게도 영화를 보고 난 다음 날, 이 책을 신간으로 받아 들게 됐습니다. 읽다 보니 세번째 장에 부산 국제시장의 유래가 나오더군요. 흥남부두 철수 작전 때 남쪽으로 흘러온 피난민이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이루면서 커진 것이 국제시장이라는 겁니다. 그보다 전인 해방 때 해외에서 귀국한 조선인들까지 합쳐 전국 팔도 사투리가 다 모인 곳이 바로 그때 부산이었다고 나옵니다.영화 국제시장을 먼저 보신 분이나, 아니면 나중에라도 보실 분에게는 이 책이 맞춤한 읽을거리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흥남 철수  때의 피난민이며, 부산 국제시장 이야기가 이 책에게 소개되는 맥락부터가 사실은 이 책의 비범한 매력이기도 합니다. 한국과 일본 사이를 오가는 생선, 그러니까 꼼장어(붕장어)와 북어(명태)의 기원에 대한 추적이 부산 자갈치 시장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 것입니다.처음에는 족보부터가 불분명하던 붕장어가 어떻게 그럴듯한 서민의 별미로 자리잡게 됐는지, 또 명태는 어느 결에 어부의 그물에 잡혀들었다가 제삿상 터줏대감으로 군림하게 됐는지 유장하게 소개됩니다. 한갖 바다 생선 이야기로 ‘가깝고도 먼 이웃’ 한국과 일본의 교차하는 역사를 거슬러 관통한 수작입니다.무엇보다도 압권은 한국 어류 연구의 선구자인 정문기를 재조명한 대목입니다. 그가 어떻게 일본 유학 후 국내 수산학계의 선구적 인물로 성장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도쿄대 7년 선배이자 조선 총독부 수산시험장 선임자인 우치다 게이타로와는 어떤 착잡한 관계를 맺게 됐는지 추적해 기술한 부분은 일본 논픽션의 한 수준을 보여줍니다. 한국과 일본의 관련 현장을 직접 찾아가서 보고, 그곳의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양한 문헌들을 찾아본 결과들로 한땀한땀 글을 이어갑니다.나아가 궁극에는 사람과 자연을 ‘자원화’하여 점유하고 그것들을 극대화하려는 국가와 자본의 논리를 이야기합니다. 이어 그것이 자칫 생명의 바다를 죽음의 바다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경고를 더합니다.저자는 이전에도 비슷한 논픽션들을 꾸준히 써왔더군요. 1999년에는 ‘한일 역사의 기행, 진해의 벚꽃’(1999)을, 2004년에는 ‘한국 온천 이야기: 한일 목욕 문화의 교류를 찾아서’(2004)를 국내에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인 저자가 왜 이토록 한국의 문물에 깊이 관심을 갖고 책까지 쓸까. 궁금해서 찾아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저자의 아내가 재일교포 2세더군요.‘한국 온천 이야기’ 서문에서 저자는 이런 말을 합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의 언론 상황을 보면, 일본과 한국에 대해 마치 ‘실체’가 있는 가상의 구조물로 생각하고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가령 ‘이것은 일본 문화다’라거나, ‘일본 문화의 뿌리는 한국이다’는 주장이 그런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처럼 ‘순수’하게 ‘실체’를 상정하는 듯한 발상에는 친숙해질 수가 없다. 오히려 한국과 일본 ‘사이’에 만들어져 지금도 생생하게 교류하고 있고, 어느 쪽의 것이라고 나눌 수 없는 인간의 활동, 즉 문화의 역동성에 눈을 돌리고자 한다.”이런 말도 합니다. “부모 중 한 명이 일본인이거나 한국인인 아이는 일본인인가, 한국인인가. (중략) 안이하게 명명되는 것을 거부하는 존재가 살고 있는 현장에서 한일 간의 역사를 돌아보면 무언가 보이는 것이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의 연장선 위에서, 그는 한국과 일본이 뒤섞이는 현장, 그러니까 ‘사람을 개인이나 민족, 국가로 나누지 않고, 사람으로서 만날 수밖에 없는 현장’에 관심을 가지고 책들을 썼다고 합니다.이 책에서도 뒷쪽에 가서 이렇게 썼습니다. “먹장어는 일본 깃발이나 한국 깃발을 세우고 바닷속에서 ‘자신’을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일본산’ ‘한국산’ 따위를 구별하기에 집착하는 존재는 우리 사람들뿐이다. 물고기들 입장에서 보면 어디나 다를 바 없는 그냥 ‘하나의 바다’인 것이다.”저자는 마지막 장을 부산 영도 동남부 해안에 있는 동삼동 패총 전시관 이야기로 맺습니다. 일제 시대인 1929년 처음 발굴된 이 패총은 신석기 시대인 기원전 6000년부터 기원전 1500년에 걸쳐 형성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전시관에는 2미터 높이의 패총 지층 표본이 있습니다. 다섯 개의 문화층으로 나뉜 각각의 지층에는 조개껍데기나 돌조각, 토기 조작 따위가 묻혀 있습니다. 거기에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면면히 쌓아온 생활이 응축돼 있는 거지요.저자는 “우리도 그 지층 위에 1센티미터도 안 되는 생활층을 지금 만들어내고 있는 것 아닐까” 하고 묻습니다. “한일 수산물 유통업자도, 페리를 타고 활어를 운반하는 운전사도, 갯장어를 잡는 부산 어부도, 갯장어를 먹는 나도, 그 1센티미터 안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일 것”이라며 말입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 앞에 스스로를 겸허하게 세우고 과거와 대화를 시도하는 일”이라고 제안합니다.영화 ‘국제시장’과 소설 ‘투명인간’ 그리고 이 책 ‘한일 피시로드’의 이야기도 결국엔 한 방향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은 이전부터 여러 사람들이 더불어 쌓아올린 역사의 단층 위에서 또 한층 또 한층 두께를 더해가는 것이라는 엄연한 사실 말입니다.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그려보는 요즘입니다. 모쪼록 좋은 책과 더불어 따뜻하고 뜻깊은 시간 되셨으면 합니다. 내년에는 더 나은 책과 글들로 찾아 뵙겠습니다. 올 한해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전병근 기자 journey@chosunbiz.com다케쿠니 도모야스 지음|오근영 옮김|따비|368쪽|1만8000원​
  • 2014-12-08
    ​​작년초의 일입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이 취임 후 첫 연설을 했습니다. 23분이나 되는 긴 연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여러 번 내세운 단어가 있었습니다. ‘중궈멍(中國夢)’입니다. 무려 9번이나 됐습니다. 중국의 꿈이란 뜻이지요. 미국의 ‘어메리칸 드림’을 의식해 내세운 슬로건임에 틀림었었습니다. 당시 한 언론은 미-중 양대국이 ‘꿈의 대결’을 벌이게 됐다고 제목을 뽑았습니다.이럴 때 쓰는 ‘꿈’이란 ‘장래 희망’ 혹은 ‘비전’의 다른 이름입니다. 일찌기 마틴 루터 킹 목사도 그런 꿈을 이야기한 적이 있지요. ‘나에게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로 시작하는 유명한 연설 말입니다. ‘지금 현실에는 없지만, 장차 이루고 싶은, 이뤄야만 하는 소망’으로 '차별 없는 세상’을 이야기했습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의 꿈이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꿈을 꾸는 존재입니다.그 꿈이 본래는 수면 중의 생리 현상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참 흥미롭습니다. 동서양 어느 문명권 가릴 것도 없습니다. 어디나 꿈에 대한 해석을 중요하게 여겨 각종 기록에 남긴 것을 보게 됩니다. 인류는 일찍부터 이 꿈이라는 현상에 주목해온 것임에 틀림없습니다.근대에 와서 꿈은 정신분석학의 아버지 프로이트에 의해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했지요. 그는 숱한 임상심리학적 연구를 토대로 그것을 ‘억눌린 성적 욕구’로 봤습니다. 그 후로 문학 평론을 비롯한 문화 이론에서는 꿈을 희망이라기보다는 ‘좌절된 욕망’으로 해석하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이번에 함께 읽게 된 ‘잠의 사생활’에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바로 이 꿈에 대한 설명입니다.“불안으로 가득 찬 부정적인 꿈은 먼 옛날의 방어 메카니즘이라고 해석했다. 즉, 깨어 있을 때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경우에 대응하기 위해 뇌를 훈련시키려고 나쁜 일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꿈은 뇌에서 일어나는 예행 연습인 셈이다. 또다른 교수는 꿈의 이야기들이 그 사람의 관심사를 알려준다고 했다. 꿈은 그저 생각하는 능력에서 우연히 생긴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는 결론내렸다. 요컨데 우리가 부정적인 꿈을 꾸는 이유는 단순히 우리가 걱정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기 때문이라는 얘기다.”또 다른 교수는 꿈을 우리 안에 내장된 일종의 야간 치료로 본다는 얘기도 소개했더군요. 우리 마음은 꿈 속에서 새롭거나 성가신 정보를 불러내 뇌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뒤섞어 새로운 정보를 덜 새롭거나 위협적인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겁니다.꿈이 학습과 창조성의 중요한 요소라는 가설도 소개됩니다. 깨어 있을 때 고민하고 있던 문제를 자는 동안 꿈 속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는 거지요. 그런 점에서 잠은 뇌에 인지적 유연성을 발휘할 기회를 주고, 그 덕분에 상황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겁니다.이런 대목들을 읽으면서, 참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소 잠과 꿈에 대한 제 체험 내용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더군요. 깨어 있을 때도 골똘히 생각하거나 간절히 바라는 것은 잠 속에서도 되살아나는 것을 종종 겪습니다. 신체의 다른 부분은 뇌의 특별한 신호에 의해 죽은 듯 묶여있지만, 의식은 그 한밤 중에도 여전히 저만의 활동으로 분주하다는 사실, 놀랍지 않습니까. 마치 이른 새벽 거리에 가보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형광색 유니폼을 입고 길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환경미화원들을 연상케 합니다.그렇게 보면, 우리가 잠 잘 때 꾸는 꿈을 ‘장래 희망’ 혹은 ‘미래의 비전’이라 부른 것은 더 없이 적절해 보입니다. 그만큼 '자나 깨나' 간절히 소망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이렇듯 이 책은 그동안 깜깜한 장막 뒤에 가려있던 잠의 세계에 구석구석 불을 밝혀 줍니다. 역사, 문화, 심리, 과학, 신경학, 정신의학의 최신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한 내용이어서 한결 신뢰가 갑니다.성인의 권장 수면 시간이 8시간이라고 했을 때, 하루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내면서도 정작 그 세계에 대해 우리는 잘 모릅니다. 그저 우리의 관심은 조명이 환히  비춰졌을 때의 무대에만 가 있을 뿐입니다. 불이 꺼지고 막이 내려지고 난 후의 일은 괄호 밖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잠이야말로 “삶에서 단절된 순간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전체 퍼즐에서 설명되지 않은 3분의 1”이라고 합니다. 책을 읽고 나면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잠을 왜 자야 하는가 같은 물음부터 평소에는 잘 해보지도 않았던 질문일 겁니다. ‘피곤하면 자는 것 아닌가’ 하며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쓰고 마는 거지요. 하지만 조금만 머리를 돌려보면 여기에도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습니다. 모든 생리 현상에는 이유가 있을진데, 그토록 많은 시간을 잠이라는 암흑 속에 맡겨두고 인생의 3분의1을  ‘허송’하는 데는 사연이 있지 않겠습니까. 알고 보니 사람만 그런 게 아니라는군요.돌고래는 잠을 자는 중에도 뇌의 반쪽은 깨있어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하고, 뇌의 반쪽이 꿈을 꿀 때 나머지 반쪽은 포식자가 다가오는지 경계한다지요. 새도 잠을 잘 때 뇌 전체가 잠에 들지 절반만 잠에 빠질지 결정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사실은 신기하기만 합니다.중세 시대에는 잠을 두번 나눠 잤다는 이야기도 놀랍고, 가위눌린 상태를 ‘뇌 기능을 조절하는 안무에서 스텝이 꼬인 결과’로 해석한 대목도 재미있습니다. 몸은 뇌가 아직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해 스스로 마비시키고 있을 때 의식이 깨어나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겁니다.인공 조명과 현대인의 만성 피로를 연결지어 설명하는 부분도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에디슨의 인공 조명은 잠의 역사를 돌이킬 수 없게 바꿔놓았다. 단순한 조명 기기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도 혁명을 일으켰다. 그의 발명 목록에는 축음기와 영화 카메라도 들어있다. 그 덕에 이제 일몰은 더 이상 사교 생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바뀌었다. 밤은 두려움이 아닌 즐거움의 시간으로 변했다. 그 결과 잠은 밤의 유흥과 그 밖의 중요한 일들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났다.”“밤중의 전기 조명은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 몸이 적응한 일주기 생체 리듬을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밤에 밝은 빛을 충분히 많이 보면 뇌는 그것을 햇빛으로 착각하는데, 뇌로서는 그것을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인공 조명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우리 몸은 잠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분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연구에서 우울증, 심장혈관계 질환, 당뇨병, 비만, 심지어 암까지도 밤에 빛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조건과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많은 사람들이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것도, 우리나라가 24시간 불야성을 이룬다는 사실과 관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연령별로 수면 사이클이 다르다는 점도 주목한 만합니다. 미국은 물론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학생들의 등교 시간 조정을 놓고 논란이 되고 있지요. 이 책을 보니 아마도 수면에 대한 연구 결과가 논쟁의 불씨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서는, 아기가 왜 잠을 설치고 칭얼대는지 설명한 대목에 귀가 솔깃할지도 모르겠습니다.“아기는 왜 혼자서 자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지금 연구진의 결론은 아이가 혼자서 자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기에게도 수면 훈련 혹은 혼자 울게 내버려두기가 필요하다. 부모가 무작정 아기와 침대를 함께 쓰면, 쉽게 잠드는 버릇을 키우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그 밖에도 실용적인 팁들이 많습니다. 아마 이런 내용들은 어느 자리에 가서도 남들의 귀를 잡아끌 만한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습니다.마지막에 저자가 제시하는 숙면의 비결은 싱거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라는 겁니다. 따지고 보면 지극히 당연한 정답입니다. 결국 잠에 관한 한 사람의 마음가짐과 생각이 행동보다 더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인생에서 어떤 일이 안 그렇겠습니까.다 읽고 나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하루의 3분의 1'을 되찾았다는 포만감에 잠도 한결 달게 잘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벌써 유별난 추위가 닥친 올 겨울, 따뜻한 책으로 이겨내시기 바랍니다.전병근 기자 journey@chosunbiz.com​데이비드 랜들 지음|이충호 옮김|해나무|351쪽|1만6000원​
  • "대구는 최고의 청년도시죠."
    "강릉은 커피산업의 메카고요.
    "대덕은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겁니다."
    앉은 자리에서 술술 진단이 나온다. 환자 얼굴만 봐도 병을 알아보는 명의처럼, 고민에 빠진 우리나라 주요 도시들의 나아갈 방향을 척척 짚어내는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 그는 학계를 대표하는 국제문제 전문가지만,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할 정도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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