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06-18
    ​2015-06-17 조선비즈 윤예나 기자  ‘남산’을 영어로 적는다면 올바른 표기는?① Namsan (Mt)② Namsan Mountain③ Namsan (Mountain)지금까지는 셋 다 정답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② Namsan Mountain이 정답이 된다.그 전까지 국토교통부는 ①번, 문화재청과 관광공사는 ②번, 서울시와 국토지리정보원은 ③번으로 표기해왔다.이처럼 관공서나 기관별로 다르게 써왔던 도로·관광 안내용어 영어 번역이 이제는 한 가지로 완전히 통일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7일 국토교통부, 문화재청, 서울시, 관광공사 등과 함께 도로 및 관광 안내 표지판, 지도 등에 사용하는 지명, 문화재명 등 우리말 명칭에 대해 통일된 영문 번역 표기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 남산에 대한 영문 표기법은 전체 명칭을 로마자로 표기하고 속성인 ‘산'을 영어로 표현한 ‘mountain’으로 함께 쓰는 것으로 바뀐다. / 문화체육관광부 제공앞에서 예로 든 남산을 ‘Namsan Mountain’으로 쓰는 것처럼, 자연지명은 우리말 명칭 전체를 로마자로 표기하고, 속성을 나타내는 말은 번역해서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인공지명은 명칭의 전부(前部)만 로마자로 표기하고, 그 뒤 속성을 나타내는 말은 뜻을 번역해 거기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를 쓰기로 했다. 예를 들어 ‘광장시장’은 ‘Gwangjang Market’으로 쓰고, 경복궁은 ‘Gyeongbokgung Palace’로 쓰는 식이다. 그 밖에 영문 표기에서 바뀐 부분은 무엇이며 변경의 취지는 무엇인지 문답식으로 소개한다.- 왜 통일 번역안을 마련했나?그 동안 기관별로 자체 번역 지침에 따라 번역어를 표기했다. 그 결과 도로·관광 표지판이나 지도의 외국어 번역 표기가 제각각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체류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문화재청, 국립국어원, 국토지리정보원, 국방지형정보단, 서울시, 관광공사 등 도로 및 관광용어 번역어 표기를 주관하는 기관이 모두 참가해 통일안을 마련했다.-새 주소 표기 체계인 도로명주소는 어떻게 되나?이번 번역안에 포함되지 않는다. 행정자치부가 도로명주소에 대해서는 번역어 대신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소의 경우, 한국어 주소 발음을 충실하게 드러내 한국인과 외국인이 동일한 표기를 쓰도록 하는 편이 위치 식별 기능의 취지에 더 알맞다는 판단에서다.-표지판 교체 비용 등은 어떻게 감당하나?비용은 생각보다 크게 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온라인 표기는 쉽게 변경할 수 있다. 도로·관광 안내판은 신설 또는 노후 안내판 교체 때 단계적으로 반영해 나갈 예정이다. -자연지명과 인공지명은 왜 표기 원칙이 다른가?지명을 영문으로 표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말 명칭을 홍보하면서 외국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자연지명은 되도록 우리말을 보존하기 위해 명칭 전체를 로마자로 표기하는 반면, 인공지명은 그 기능이나 속성 표현을 먼저 드러내기 위해 이름 앞부분만 로마자로 표기한다.예를 들어 ‘한라산’의 경우, ‘Hallasan Mountain’이라 표기한다. 반면 보라매 공원의 경우, ‘Boramae Park’로 쓰는 게 맞다.-한라산을 ‘Hallasan Mountain’으로 쓰면 뜻이 중복되지 않나?그런 뜻의 중복으로 인한 혼돈은 ‘san’과 ‘mountain’이 같은 뜻이란 사실을 외국인이 알 때에만 해당된다. 지난 3월 문체부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는 ‘산' ‘강' 등 명칭을 구성하는 속성어는 하나의 고유한 명칭으로 표기하고, 의미 이해를 돕기 위해 속성은 중복으로 표기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답이 나왔다.-도로표지판 등 공간의 제약으로 번역 표기를 다 적을 수 없는 경우는?도로·관광 표지판에 글자가 들어갈 공간이 충분치 않을 경우에는 뒷쪽 속성 번역을 생략하고 표기한다. 이럴 때엔 괄호 없이 약어를 허용한다. 예를 들어 한라산은 Hallasan 혹은 Hallasan Mt. 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원래 쓰던 기관명, 시설명도 이 기준에 맞춰 고쳐야 하나?기관명이나 시설명은 기존 영문 명칭이 있다면 그대로 쓰도록 한다. 기관명이나 시설명은 설립 목적이나 기관 성격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번역어로 표기해 왔고, 채택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고심한 결과다. 따라서 이런 기관명이나 시설명을 기본형에 맞춰 기계적으로 수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속성 번역을 각기 다른 영어 단어로 쓰는 경우는 어떻게 하나? 가령 ‘호수’만 해도 ‘lake’도 있고 ‘lagoon’도 있다.문체부는 국어원, 서울시, 관광공사와 함께 ‘공공용어의 영어 표기 및 번역 지침(안)’을 마련 중이다. 올해 안으로 문체부 훈령으로 제정할 방침이다. 앞으로 국가 통합 번역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기관마다 갖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한눈에 보도록 통합하는 한편, 서로 다른 번역어는 기관의 합의를 통해 통일안을 지속적으로 만들 예정이다. -우리 고유 문화 용어에 대한 제대로 된 번역을 외국인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문체부는 2014년 농식품부와 협의해 대표적인 한식명 200개의 영어·중국어·일본어 번역 표기 통일안을 마련했다. 올해에는 주요 문화 용어에 대해서도 관계 기관, 국민 의견을 받아 표준안을 마련하고 홍보해나갈 계획이다.  조선비즈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6/17/2015061702038.html​
  • 2015-05-21
    2015-05-21 이옥진 조선일보 기자  美서 4만부 팔린 만화, 국내 출판하려다 중단돼… 이유는 "선정·폭력적""위인 이야기는 다 아름다워야? 왜곡·폄훼 아니라면 출판을"업계에선 "이순신 장군은 청소년용이라야 팔린다"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다룬 미국 만화책을 국내 한 출판사가 한국어판으로 출간하려다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화 군데군데 선정적인 장면이 등장하고 잔혹한 장면도 적지 않다는 지적을 의식한 때문이다. 하지만 만화 원작자는 한국어판을 어떻게든 출간하겠다며 후원금 모금에 나서 출판업계와 독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미국 만화가 온리 콤판(Onrie Kompan·32·사진)은 20일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국내 한 출판사와 추진해온 '이순신: 전사와 수호자'(Yi Soon Shin: Warrior and Defender·이하 '이순신')의 한국어판 출간이 출판사 측의 거부로 무기한 연기됐다고 밝혔다. 만화 '이순신'은 콤판이 2009년부터 영어로 출간해 전(全) 12부작 가운데 현재 7권까지 나왔다. 시카고 출신인 그는 2006년 이순신 장군을 다룬 한국 드라마를 보고 감명받아 '난중일기', '징비록' 영문판 등을 보며 장군을 연구했다고 한다. 2008년엔 한국에 와 경남 진해, 전남 여수 등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도 돌아봤다.콤판의 영문판 '이순신'은 북미 지역에서 지금까지 4만부가 넘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독자들에게도 소문이 나면서 콤판은 2013년 국내 한 출판사와 한국어판 출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작년 11월 출판을 목표로 수개월간 번역과 재편집 작업을 해왔는데, 작년 8월 출판사 측이 갑자기 출판 거부 의사를 통보해왔다고 콤판은 전했다. 그는 "(출판사 측은) 성적(性的) 내용과 폭력성을 이유로 제시했다"며 "한국 출판사들은 위험을 (감수하기)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콤판은 그 출판사가 어딘지는 밝히지 않았다.▲미국 만화가 온리 콤판이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그린 만화 ‘이순신:전사와 수호자’ 표지. 이 만화는 일부 성적인 장면과 폭력 묘사 때문에 국내 출판사에서 작년 8월 한국어판 출판을 거부당했다. /Onrie Kompan Productions 제공콤판의 '이순신'은 미국에서 17세 이상만 볼 수 있는 성인물로 분류돼 있다. 그런 만큼 만화 곳곳에 유혈이 낭자한 살상(殺傷) 장면과 왜군(倭軍)이 조선 여인들을 성적으로 유린하는 장면, 일부 조선 장수가 여성과 관계를 갖는 모습 등이 그려져 있다.콤판은 그러나 "한국에 출판된 다른 이순신 장군 관련 만화책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나의 '이순신'은 다르다"며 "내 만화에 담긴 피와 죽음, 성(性)이라는 요소를 약화시키는 것은 일본으로부터 민족을 지켜낸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선정적이거나 잔혹해 보이는 장면이 이야기 전개상 필요했다는 얘기다. 오히려 청소년 도서라야 장사가 된다는 한국 출판업계의 상업적 판단이 출간 무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게 콤판의 주장이다.콤판은 '이순신' 한국어판 출간이 어려워지자 최근 소셜 크라우드펀딩(후원금 모금) 사이트에 한국인들의 후원을 요청했다. 그는 "'영웅 이순신'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 독자들에게 한글판 '이순신' 단행본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국내 온라인 모금에는 270여명이 참여해 1000만원가량이, 해외 온라인 모금에는 130여명 4300달러(약 470만원)가 모였다. 콤판은 후원금으로 '이순신'을 완간하고, 한글판 단행본을 한국에 출간할 계획이라고 했다.미국판 '이순신'의 독자라는 대학생 김모(27)씨는 "역사를 왜곡하거나 폄훼하는 게 아니라면 '위인의 이야기는 무조건 아름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작품 의도가 어떻든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하는 성인용 만화를 국내 정서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5/21/2015052100296.html 
  • 2015-05-20
    2015-05-20 박건형 조선일보 기자  -'인터스텔라' 과학 자문 킵 손 교수30년 전 웜홀 입증한 이론물리학자 微視세계 다룬 후속작도 준비 중"고정관념 떨쳐낸 상상력이 중요… 200년 후면 인터스텔라 가능할 것"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는 한국에서만 1000만명이 넘게 봤다. 수명이 다해가는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향하는 인류의 도전을 그린 이 영화는 거대한 블랙홀과 웜홀(다른 차원에 있는 블랙홀이 연결된 통로), 시간 여행과 우주 비행 등을 철저히 과학적으로 그려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감명받았다면 속편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생길 것 같다.인터스텔라의 과학 자문을 맡았던 킵 손(Thorne)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 명예교수를 19일 인터뷰했다. 그는 "친구인 스티븐 호킹 케임브리지대 교수, 영화 제작자 린다 옵스트와 함께 양자역학(원자·분자·소립자 등 아주 작은 대상에 적용되는 힘)을 주제로 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대한 우주를 다룬 인터스텔라의 후속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세계(微視世界)라는 것이다. 그는 "인터스텔라가 기획부터 제작까지 8년 걸렸는데, 다음 영화도 개봉까지 3년은 걸릴 것"이라며 "아무도 도전해보지 않은, 아주 만들기 어려운 영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킵 손 교수는“아마 이번 세기나 다음 세기에는 불가능하겠지만 그다음 세기쯤에는 인터스텔라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1985년 웜홀이 존재할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입증한 손 교수는 살아 있는 최고의 이론 물리학자로 꼽힌다. 그는 SBS 주최로 열리는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정상의 위치에 선 과학자가 영화판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손 교수는 "인터스텔라를 보고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극장을 나와서 물리학 용어를 찾아봤다면 내가 영화에 참여한 목적이 실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리히 같은 공상과학(SF) 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며 과학자의 꿈을 갖게 된 만큼 그 빚을 갚고 싶었다"면서 "SF영화와 과학책은 10대들을 과학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특히 러시아 출신의 미국 물리학자 조지 가모프가 쓴 과학 입문서 '1, 2, 3 그리고 무한'을 그는 '내 평생 가장 중요한 보물'이라고 소개했다.손 교수는 언젠가는 인터스텔라가 실현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자신 역시 가고 싶은 여행이지만 수백 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인터스텔라 속 웜홀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있을 수도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 웜홀 계산이 틀렸다는 것을 지난 30년간 아무도 입증하지 못 했으니까 가능성은 있는 거지요."그는 후배들에게 "항상 영감(靈感)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과학의 세계에서는 하나씩 차례차례 만들어지는 결과물보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얻는 황당한 아이디어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영감에서 얻은 아이디어는 실제로 계산해보면 대부분 틀리지만, 더 훌륭한 아이디어를 얻는 계기가 된다"면서 "웜홀 역시 그런 상상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실제로 손 교수는 영화 '콘텍트'의 원작자인 칼 세이건 코넬대 교수와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우주여행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의논하다가 웜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5/20/20150520001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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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5-06 전병근 조선비즈 기자, 윤예나 조선비즈 기자  속도를 더해가는 과학기술로 인한 미래 사회 변화를 국내 전문가들은 어떻게 진단하고 전망하나? 조선비즈는 창간 5주년 특집 북섹션 BIz Books Future(다가온 미래)를 발행하면서 전문가 설문조사와 좌담회를 병행했다.설문조사는 국내 과학기술 분야 최고 두뇌집단인 공학한림원 회원들을 대상으로 했다. 이어 설문 결과를 놓고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들이 좌담했다.좌담회에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이자 국가초고성능컴퓨팅위원회 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조무제 울산과학기술대 총장, 한국물리학회장을 지낸 신성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인 박성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장인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중견석좌교수, 세계전기자동차협회장을 맡고 있는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 등 5명이 자리했다.◆질주하는 과학기술 어디까지 갈까조(조무제 총장): 공학한림원 설문조사에서 미래사회에 미칠 영향이 가장 큰 분야로 바이오공학(BT)을 들었다. 공감한다. 10년 전만 해도 휴먼 게놈 프로젝트라고 해서 엄청난 돈을 투자해야 했는데, 이제는 약 1000불에 1주일 정도면 개인 유전자를 분석할 수 있다. 맞춤형 유전자부터 유전자 배양까지 이야기되고 있다. 5년, 10년 뒤에 얼마나 더 바뀔지 예측조차 어려울 정도다.박(박성현 원장): 현재는 IT의 파급력이 강한데 미래는 BT 분야로 생각된다. 인간 삶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질병 극복과 장수다. 10년 전 미국 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도 IT와 BT 분야 파급력을 1, 2위로 꼽은 적이 있다.신(신성철 총장): 호모 사피언스가 출현한 게 거의 3만, 4만년 됐다. 과학기술 문명이라면 산업혁명 이후 지난 250년 간 발전을 말한다. 앞으로 20, 30년 동안 과학기술 발전과 파급 효과는 250년에 준할 것이다. 그만큼 급변할 것이다. 단일 분야뿐 아니라 융복합에 의한 발전은 예측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다. 앞으로는 디지털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디지털 문명국과 문맹국으로 나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디지털은 다른 분야와 접목되면서 디지털 제조업이 생길 것이다. 좋은 예가 3D 프린터다. 중국에는 이미 3D 주택 회사가 생겼다. 10년 뒤엔 3D 프린팅으로 장기도 제조할 걸로 예상한다. 나아가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가 융합될 것이다. ‘가상 물리적 시스템(Cyber Phisical system)이다. 그 핵심이 사물 인터넷이다. 또 머신러닝(딥러닝)의 결과 인공지능 로봇이 생각보다 빨리 출현할 것이다. 2030년이면 인공지능 로봇이 나올 걸로 예측된다.결국 레이 커즈와일이 말한 특이점(Singularity)까지 갈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지점이다. 미래학자 이안 피어슨에 따르면, 2050년이면 우리 뇌를 수퍼컴퓨터에 업로딩시킬 수 있게 된다. 250년 전 인류가 상상도 못한 세계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데, 앞으로 30년 뒤엔 더 깜짝 놀랄 세상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한다.선우(선우명호 교수): BT도 매우 중요하지만 IT가 결국 중추 역할을 할 거다.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건 네트워크가 될 것이다. 기술 수렴(convergence)이 아주 중요해질 거다. IT가 네트워크와 연결되면서 딥마인드 같은 인공지능 회사가 나온다. 지난 10년간 휴대전화가 네트워크 접속의 주요 기기였지만 앞으로는 자동차를 통한 접속이 더 많아질 거라고 본다. 자율주행차의 핵심이 인공지능이다. 구글 자회사가 40, 50개 되는데 더블클릭, 애드몹, 바이러스 토털 이런 게 모두 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다.현(현택환 교수): 우리나라 IT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반해 BT는 그렇지 못하다. 생명공학에 의료까지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뇌과학 분야만 해도 유럽에서 엄청난 자금과 인력을 투입했고 미국도 1년쯤 있다가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이게 최대 미지의 세계인데 우리는 IT 분야와 비교할 수가 없는 정도로 떨어져있다.두 번째는 융복합이다. 옛날엔 IT, BT가 나뉘어 있었지만 지금은 떼놓을 수 없는 세계에 와 있다. 요즘은 환자가 센서를 몸에 붙이고 다니면 실시간 모니터링 가능하다. 세 번째는 대기업과 벤처가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가가 숙제다.◆과학기술에 대한 기대와 우려현: 유전자를 가려서 질병 요인을 차단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긍정적이다. 문제는 ‘프랑켄슈타인’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규제란 게 있다. 과학기술이 경우 논문 하나 기고할 때도, 사람이나 고등동물로 실험할 때도 복잡한 규제가 있다. 그걸 총족해야 논문집에 실을 수 있다. 굉장히 우려되는 건 이런 규제 약속을 깡그리 무시하는 집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IS가 유네스코 문화유산 박살내는 것 봐라. 유전자 조작 실험만 해도 중국은 그냥 해버리지 않나. 그렇다고 우리나라만 완전히 엄격한 기준을 고집하다가는 자칫 그쪽 분야 과학 발전을 저해하는 게 된다.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박: 그래도 큰 틀에서 보면 인간은 지혜로워서 어떤 선을 넘어가려고 하면 자제 노력이 강하게 일어날 거라고 본다. 설문조사에서도 과학기술 발달이 인간을 행복하게 할까라는 물음에 대해 다수가 그렇다고 답했다. 물론 도전 과제가 생길 수는 있다. 빈부차가 더 심해질 때엔 극복 대안을 찾아야 한다.중요한 것은 과학기술 발전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인식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설문에서도 미흡하다고 나왔다. 과학기술 발전 속도는 급경사인데 우리 정부와 사회의 대응은 너무 완만하다. 공학한림원이 교육제도 개혁, 국민의식 계몽이 필요하다고들 꼽았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교육 제도가 발전하는 기술 속도를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신: 고도의 윤리 교육이 굉장히 중요해질 거다. 우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경우 3C 인재상을 만들었다. 첫째는 창의(creativity), 두 번째가 공헌(contribution), 세 번째가 돌봄(care)이다. 앞으로 미래 대학은 과학 발전과 동시에, 그것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어릴 때부터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길러 주는 게 아주 중요하다.조: 우리 과학기술이 역기능을 우려할 수준인지는 의문이다. IT만 해도 삼성을 꼽지만 소프트웨어는 외국 것 쓰고 있지 않나.박: 우리나라는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개하고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말씀하셨는데 우리는 기업 활동을 규제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업이 할 수 있는 건 그냥 좀 놔두면 좋겠다. 자율은 주되 스스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그런 식의 지속가능 발전 모델로 가야 한다.현: 국가 정책의 기준도 글로벌하게 봐야 한다. 우리 경쟁 상대들은 글로벌이다. 생명윤리의 경우에도 유전자 연구에서 우리만 독불장군처럼 치고 나갈 수는 없다. 그럴 경우 다른 나라와 공동으로 일을 할 수 없다. 정책 입안에서도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 너무 앞서도 안되고 뒤처져도 안된다. 외교적 측면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일자리, 사회안전망, 교육 정책 시급선우: 솔직히 앞으로 새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지 회의적이다. 기성세대가 가장 고민해야 할 게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일자리를 마련해줄 것인가의 문제 같다. 과학기술 발전이 과연 계속해서 일자리 파이를 키워줄까? 잘 모르겠다. 부익부 빈익빈이 되고 자꾸만 일자리 수는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조: IT가 발전할수록 인력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늘어나는 쪽은 소프트웨어 분야다. 줄어드는 분야에 대한 대책을 정부가 세워야 한다. 문제는 정부가 할 부분이 많겠느냐는 점이다.박: 새 일자리가 창출될 분야는 역시 서비스업 분야다. 미국에서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종이 생겼다. 오락, 교육 분야의 새로운 서비스 창출이 필요하다. 시간선택제 고용 같은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교육에서는 앞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이 핵심 아닌가 싶다. 반면 우리 지도층의 과학 마인드가 부족하다. 정책결정권에 이공계 출신이 너무 적다.현: 지난 정부에서도 자문위원을 했는데, 정책 짜는 것이 너무 근시안적이다. 다음 선거만 신경 쓴다. 어떤 분야는 10년 뒤에 없어질 수도 있는데 표를 생각해서 키운다. 과학기술 분야는 백년대계를 고민해야 한다.신: 일자리를 잃는 속도가 새로 생기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게 사실이다. 당분간 불가피하다.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 고품격 일거리를 늘려야 한다. 단순 관광 안내는 로봇이 더 잘하겠지만 스토리텔링은 사람이 더 잘할 것 아닌가? 뉴스캐스터는 로봇이 잘하겠지만 순발력이 필요한 앵커는 사람이 잘할 거다.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 처리 관련직이 많이 나올 것이다. 관련 교육이 중요하다. 장기적인 교육 대책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인간은 창의력과 감동적인 스토리텔링 능력, 가치판단 능력, 지혜의 능력에서 휴먼로봇과 차이를 낼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앞으로는 과학기술이 국가의 생존과 번영, 복지, 안정을 좌우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연구 인력과 연구비가 선진국의 5분의 1이나 10분의 1수준이다. 해법은 뭔가. 첫째, 연구비 투자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유행한다고 해서 이것저것 다 할 필요가 없다. 그건 따라잡기 시절의 이야기다. 둘째, 도전적 선도적 연구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 셋째, 산학연 협업을 지원해야 한다. 기초 기술의 상용화 속도가 워낙 빠르다. 아예 처음부터 같이 하는 거다. 넷째,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다. 혼자 하는 건 불가능하다. 뇌과학은 우리나라 연구개발비가 올해 1270억원인데 미국은 약 33조원, 유럽도 연 10조원 이상씩 쓴다.돈으로는 게임이 안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30분의 1 수준의 투자로도 잘 할 수 있는 걸 선점하면 외국과 협력이 가능하다. 세계 과학 발전에도 기여한다. 결국 통치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조: 지금 선택과 집중 말씀하셨는데 이게 콘트롤타워가 없어서 부처별로 중복투자하는 낭비가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힘 있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 정책은 5년 단위가 아니라 연속적이어야 한다.현: 여전히 많은 분들이 과학기술을 특정 분야 일로 생각하는데 네팔 지진만 해도 예측 기반이 과학기술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도 마찬가지다. 국민 생활 전반의 중요한 일들이 다 과학기술과 관련된다.◆과학 문화의 확산이 뒷받침돼야박: 정책 과제 중 하나가 과학 대중화다. 최근 들어 과학 교육이 축소되고 있는 건 문제다. 세월호 사건 때도 재난방지 경보체계나 구조인양 장비, 로봇 개발 같은 것 고민하기보다 맨먼저 해양경찰대를 없앴다. 과학이 필요한 곳에 행정, 정치 논리가 앞선다.신: 단기적 처방은 정부나 정치권의 과학기술 인식을 일깨우는 것이지만 장기적인 건 결국 과학자들에게 달렸다. 정치가는 표에 의해 움직인다. 표를 주는 국민이 과학기술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과학자들이 과학 대중화에 더 나서야 한다. 20년 전만 해도 과학자가 TV에 나가면 말들이 많았다. 지금은 대중 강연도 많이들 한다. 어릴 때부터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 그런 위정자를 뽑기 시작할 것이다.박: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과학기술을 국정운영 중심에 두겠다고 했다. 힘을 실어주려면 과학기술 분야 부총리가 있어야 한다. 최소한 관련 부처에는 과학기술 전문가를 앉혀야 한다.선우: 초등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 시작한 건 잘 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만 제대로 해도 우리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 소프트웨어가 핵심 경쟁력이다. 조선비즈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5/05/2015050501472.html​ 
  • 2015-05-04
    2015-05-04 03:00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   [40년간 창작과 생존의 비밀… 만화가 허영만씨]"'각시탈' 시리즈로 인기 끌자 '당신 때문에 색시탈·무쇠탈온통 만화가 탈투성이다… 그만 그려라'고 지시받아""번개 번쩍 치고 눈에 불꽃 튀는 격정적 그림을 내가 못 그려요1등 하겠다는 마음을 접고 5등 안에만 들려고 했지요""아마 내 또래 중에는 나만 연재(連載)하고 있을걸요. 젊었을 때는 '독고탁' 이상무와 '공포의 외인구단' 이현세, 두 이(李)씨에게 당했는데(웃음) 혼자 남다 보니 1등이 됐나 했죠. 하지만 요즘엔 내 문하생이던 '미생'의 윤태호가 최고 스타지요."만화가 허영만(68)씨의 작업실에는 '점심 먹고 1시간 운동, 술은 딱 한 잔만' '날고 기는 놈도 계속하는 놈한테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같은 류의 수기(手記) 메모와 오려 놓은 신문 조각들이 장식처럼 붙어 있었다. 그러면서 클래식 선율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내 자랑 같지만, 1974년 소년한국일보 신인 공모에 응모하자 심사위원 중 한 분이 '이제 우리는 만화를 그만 그려야겠다'고 했대요. 그 뒤 '각시탈'로 인기가 꽤 있었지만 항상 내 위에 누군가가 있었어요. 출판사 사장이 '이번에도 이상무보다 책이 몇백 부 덜 나갔다'고 말합니다. 그런 말 듣고 기분이 좋을 리 없지. 하지만 안 되더라고요."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는 '허영만展-창작의 비밀'이 열리고 있는 중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많이 만화를 그려왔고 인기를 지속해온 만화가는 없지만, 우리는 못났던 시절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허영만씨는 “감정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절제할수록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감동이 오래간다”고 말했다. /고운호 객원기자―'내가 왜 이들에게 못 당하느냐'며 분석을 안 해봤습니까?"왜 안 해봤겠어요. 이들처럼 번개가 번쩍 치고 눈에 불꽃이 튀는 격정적인 그림을 내가 못 하는 거요. 1등 하겠다는 마음을 접고, 당시 만화 잡지에는 24명의 작품이 실렸는데 5등 안에만 들면 먹고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인기의 비결을 알면서 그렇게 그릴 수는 없었나요?"나도 왜 안 그려봤겠어요. 그런 작품들도 있어요. 하지만 내 스타일과는 잘 안 맞더라고. 내 만화 속 인물은 평범했지, 영웅이거나 수퍼맨이 없어요. 감정 표현이나 스토리 전개도 뭐라 할까, 좀 더 현실에 가까워요. 나 자신도 만화 속 주인공이라기보다 객관적 연출자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연출자라는 뜻은 뭔가요?"등장인물과 거리를 두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뜻이죠.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과거에 그린 '비트'(1994)를 보니, 극도의 고통과 슬픔에 직면했는데도 주인공이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참는 장면만 나와요. 지금 봐도 그때 잘 그렸더구먼. 자기가 슬프다고 남들도 슬픈 건 아니니까요."―독자를 울리려면 필자는 울어서는 안 된다고들 하지요."바로 그거요. 자신이 다 울어버리면 독자들은 울 여지가 없어지지요. 감정의 과잉,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절제할수록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감동이 오래가지요. 저는 세세한 디테일에 공들입니다. 그게 사실성을 살리니까요."―만화는 어차피 허구와 과장으로 여기는데 뭐 그렇게까지."만화라도 그래야 설득력이 있다고 봐요. 작품을 할 때마다 취재를 하고 사진을 많이 찍어 와요. 그 사진을 보고 그리지요. 요즘에는 특정 분야마다 전문가들이 있어요. 어설프게 그리면 웃음거리가 돼요. 내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도 실재 인물에서 착안을 하지요."―지금까지 선생의 작품들을 보면 소재를 고르는 감각이 뛰어나요. 어떤 기준으로 '이건 그려볼 만하다'고 정합니까?"글쎄, 뭘까요? 이런 질문은 처음입니다. 아마 '재미있겠다'는 감(感)이 오면 착수했던 것 같아요."―'재미'라는 게 무엇이지요?"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우리가 잘 모르는 분야이거나 접근이 신선하거나, 무엇보다 스토리에 감동이 있는 것이겠지요."―독자들이 어떤 스토리에 감동하는 것 같던가요?"평범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역경을 극복해나가는 스토리이지요. 저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극적인 결말을 갖고 가지는 않아요. 자신과 비슷한 데서 공감하는 거죠."그는 집안 형편으로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해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접고 1966년 만화가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박문윤씨 밑에서 2년, '투견' 만화로 유명했던 이향원씨 밑에서 6년을 지낸 뒤 독립했다. 지금까지 '각시탈' '무당거미' '날아라 슈퍼보드' '오, 한강' '아스팔트 사나이' '카멜레온의 시' '비트' '타짜' '식객' 등 215편을 그렸다.―우리 사회에서 만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요?"군사정권 때는 어린이날마다 남산도서관에서 만화책과 성인물 비디오테이프를 쌓아놓고 화형식을 했어요. 집사람이 남편 직업이 만화가라고 말도 못했어요. 예술의전당에서 만화가의 전시회가 열리게 됐으니, 세월이 정말 좋아진 거죠."―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요?"출세작인 '각시탈'이지요. 그 뒤 '각시탈' 시리즈로 정말 많이 그렸지요. 당시 도서잡지윤리위원회에서 '당신 때문에 색시탈이니 무쇠탈이니 온통 만화가 탈투성이다. 그만 그려라'고 하는 거예요. 모방하는 쪽에 말해야지 원작자에게 그만 그리라고 하니, 어쨌든 그렇게 해서 중단했어요. '식객'도 애착이 많아요. 나름대로는 우리 음식에 대해 정리해보고 싶었어요."―만화는 젊은 층이 주 독자인데, 이제는 독자들의 정서와 감각을 읽어내는 데 힘들지 않나요?"악전고투를 하죠. 시도 때도 없이 소재가 될 만하면 메모와 스크랩을 해놓아요(메모지가 담긴 상자를 보여줬다). 스토리 작가들이 제안해올 때도 있지요. 전투에 나가 적어도 '실탄'이 떨어지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되죠. 솔직히 소재의 빈곤보다, 만화를 게재할 수 있는 신문·잡지 매체가 줄어들고 원고료가 적은 게 걱정이지요."―만화가로서는 언제가 가장 좋은 시절이었나요?"1980년대 만화 잡지가 나오고 이어 스포츠신문 등에서 경쟁적으로 만화를 연재할 때였어요. 연재한 만화를 단행본으로 다시 찍어 팔 때는 괜찮았어요. 하지만 1990년 들어와 도서 대여점이 늘고, 일본 만화가 쏟아지면서 정말 어려웠어요."―요즘에는 만화 공간이 인터넷으로 옮겨져 '웹툰'이 대세지요. 만화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 게 아닐까요?"만화가 지망생들에게 더 넓게 문은 열려 있지만, 대부분 수입이 형편없어요. 인터넷에서 만화를 보는 게 '공짜'라는 인식 때문에 창작의 대가를 못 받는 거죠. 이런 소리를 했다가 인터넷 매체에 찍혔는데…."―선생은 2년 전인가 '식객 2'를 스마트폰 앱에서 처음으로 유료 연재를 시도했지요?"망했지요. 인터넷이나 인쇄 매체가 책정한 원고료로는 작품을 할 수가 없고 막다른 골목에 몰려 그렇게 나선 거죠. 하지만 유료로 하는 순간 독자들이 뚝 끊겼어요. '공짜'라는 인식을 깰 수가 없었어요. 3권 분량을 그리고는 손들었지요."―당시 "만약 실패하면 만화를 더 이상 그리지 않겠다"고 했는데."서글픈 현실이지요. 올 초 한 일간지의 연재를 맡았어요. 내게는 만화 그리는 게 '일'이고, 일을 하면 남아야지요. 지금은 만화를 그려서 작업실을 겨우 운영하지 집으로 그 돈을 들고 가지는 못해요."―선생을 단행본과 영화 판권, 캐릭터 상품 수입 등으로 준(準)재벌급 만화가로 보더군요."그동안 축적된 게 있어 굴러가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도 저는 후배 만화가들에게 희망이 돼야 해요."―희망이라면?"가령 '미생'으로 윤태호 작가는 약 20억원을 벌었어요. 그전까지 그 작업실을 가보면 빠듯했어요. 그 정도의 작품을 히트시켰다면 20억원보다 훨씬 더 벌어들여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야 후배 만화가들도 의욕을 갖고 덤벼들 거 아니에요."―윤태호 작가가 문하생이었다고 했는데, 이렇게 스타가 될 줄은 몰랐지요?"이런 걸 집안의 경사라고 하지요. 1988년인가 윤태호가 문하생이 되고 싶다며 찾아왔어요. 이 친구는 가령 서재의 책상에 놓인 컵을 그릴 때 스스로 알아서 컵 속에 연필과 볼펜까지 그려놓았어요. 만화가는 데생 실력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 머리도 좋아야 해요. 2년쯤 지나 '독립하겠다'며 나갔어요."―실력 있는 문하생이 나가겠다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합니까?"옛날에 아버지가 바람난 딸을 잡아다가 머리칼을 다 잘라놔도 보자기를 쓰고 밤에 나가잖아요. 잘하는 문하생이 나가겠다는 걸 잡으면 내 이익을 챙기겠다는 것밖에 안 됩니다. '내가 출판사 사람들을 더 많이 아니까 책을 낼 때 상의하러 오라'고 하며 보냈지요. 스타가 될 줄은 몰랐지만 잘할 줄은 알았어요."―선생은 현역이니, 만화 시장에서 어쩔 수 없이 후배들과 경쟁하게 됐지요?"그가 '이끼'를 보내왔을 때 놀랐어요. 스토리도 좋았지만, 인터넷에서 연재해 컬러가 뛰어났어요. 내가 '너에게 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장을 보냈어요. 사실 경쟁 상대는 후배가 아니라 나 자신이지요. 지금도 만화를 연재하면 여전히 신인처럼 독자 반응에 긴장해요. 나 스스로를 편안하게 두질 못해요."―지금 보니 종이가 아닌 인터넷 화면에 그리고 있군요."이 나이에 적응한다는 게 쉽지 않고 지금도 스트레스지요. 만화 배경을 그릴 때 인터넷 화면에 실물 사진을 내려받아 그대로 모사(模寫)하니 상상력이 떨어지죠. 종이에 대한 그리움은 있지만 환경이 바뀌었어요."―그런데 작업실에 '술은 딱 한 잔만' 같은 메모를 왜 이렇게 잔뜩 붙여 놓았나요?"술잔 나름이지 큰 잔도 있잖소. 그대로 못 지키고 잊어버리니까 붙여 놓은 거지요."―하루 일상이 어떻게 됩니까?"오전 6시쯤 여기로 출근해요. 오후 1시면 대략 남들이 하루 일할 분량을 마칩니다. 그 뒤로 나는 해방입니다. 절대로 일을 저녁까지 갖고 가지 않아요. 꼼꼼한 작업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면 잘 놀아야 합니다."그는 한때 자전거와 골프, 등반, 요트 등에 빠졌다. 안나푸르나 등반 도중 실종된 산악인 박영석씨의 생전에는 그와 어울려 다니기도 했다."하지만 요즘 저녁 시간에는 늘 만나는 두 사람만 만나요. 마음 편하게 농담하며 지내는 이들 말고는 다른 사람들은 잘 만나지 않아요. 그게 진정한 릴랙스(relax·휴식)요."​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5/03/2015050302331.html 
  • "대구는 최고의 청년도시죠."
    "강릉은 커피산업의 메카고요.
    "대덕은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겁니다."
    앉은 자리에서 술술 진단이 나온다. 환자 얼굴만 봐도 병을 알아보는 명의처럼, 고민에 빠진 우리나라 주요 도시들의 나아갈 방향을 척척 짚어내는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 그는 학계를 대표하는 국제문제 전문가지만,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할 정도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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