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12-21
    ▲ 미국에는 NAPO(National Association of Professional Organizers)라는 단체가 있다. 무질서한 미국인들의 인생에 다시 규율을 잡아주기 위한 조직이다. 운영 철학은 단순하다. “질서는 무질서보다 낫다. 질서는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절약해준다.” 깔끔하게 정돈된 방이 차가우면서도 안정된 느낌을 준다./조선일보DB​ 식탁 위엔 체온계와 케이크 볼이 널려 있고, 장롱엔 계절이 뒤섞인 옷이 쌓여 있다. 미치광이 박사의 두뇌 회로 같은 서가와 수재민 보호소처럼 생활용품이 산적한 베란다… 처음 이사 올 때 나와 남편은 집을 스티브 잡스의 히피 시절 방처럼 미니멀하게 두자고 했다. 텅 빈 상태로 고요가 미립자처럼 흐르는 거실을 만들자고, 작은 화분 몇 개와 햇빛을 쬘 수 있는 의자 몇 개면 족하다고. 6개월이 지난 지금, 집은 고래 뱃속만큼 왁자지껄하다. 물론 이건 예견된 재난이며, 나는 이런 식의 어지러운 상태에 익숙해져 있다. 사무실 책상이라고 다르지 않다. 철 지난 우편물과 달력과 명함과 수십 권의 책이 만들어낸 붕괴 직전의 조형물. 물건들은 구석구석에서 나를 쳐다보며, 내가 그들에게 어떤 관심을 갖는지, 뭘 원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지금은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지만, 언젠가 자신에게 적당한 지위와 공간이 주어지길 애타게 기다리며. 나는 사실 이 카오스적 상황이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낭떠러지 조형물 속에서도 원하던 바로 그 책을 단숨에 발견하는 희열과 창고 깊숙한 곳에서 보물 찾듯 볼풀 텐트를 꺼낼 때의 의기양양함이란! 방문자들은 계통 없고 무질서한 내 공간에 당황하지만, 그 카오스가 내겐 넓은 범위의 질서다.내 반대편엔 모든 걸 제자리에 맞게 착착 잘 정돈하는 부류가 있다. 책은 주제별로 가지런히 서가에 꽂고, 옷장엔 셔츠들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가지런히 정렬시킨다. 서랍엔 목록과 이름표를 단 사물들이 일목요연하고, 냉장고는 백화점 식품 진열장처럼 컬러풀하다. 책상 위엔 십자가와 성경 책 한 권만 미니멀하게 놓아둔 채. 대학 시절 한 선배 언니도 그랬다. 그녀는 천성적으로 서랍과 상자와 파일을 사랑했고, 앨범과 옷장을 정리하고 분류하는 걸 즐거워했다. 자신만의 추억이 담긴 보물은 작은 상자에 보관하고, 관련 있는 것들끼리 고무줄로 묶어 두었다. 어딘가 어수선하고 즉흥적이며 통제 불능 상태처럼 보였던 나와는 정반대였던 단정함. “난 어질러진 책상을 보면 견딜 수 없어. 그래서 뭔가 불안한 일이 생기면 지하실 청소부터 해야 해.”  ▲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우리의 몸은 얼마나 많은 비밀의 서랍으로 이루어져 있나./조선일보DB누구나 삶을 꾸려 나가려면 자기만의 질서가 필요하다. 질서가 삶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질서가 없으면 모든 것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나 또한 최소의 질서와 극한의 질서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하며 살고 있다. 정리 정돈엔 무능하지만, 통째로 삼킨 정보 속에 필요한 걸 요령 있게 꺼내 쓰는 데는 도가 텄다. 공간의 무질서엔 태평이지만, 스케줄이나 데드라인 같은 시간의 질서에는 에누리가 없다. 유니폼을 입는 건 끔찍하게 싫어했지만, 서열과 규율이 없는 공동체는 호환마마보다 두려워한다.  언젠가 소설가 김훈 선생이 반정부 데모로 매일이 어지러운 학교보다 일사분란한 군대에서 훨씬 행복하다고 했는데, 그 마음을 이해한다. 그래서 그는 상명하복과 대의명분과 철의 규율이 통하는 무인의 소설 ‘칼의 노래’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질서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다. 어떻게든 상황을 내가 해결할 수 있다고 느낄 때, 혹은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율을 분명히 알고 있을 때 느끼는 안정감이나 평화로움. 정리정돈과는 영 거리가 멀 것 같은 괴짜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중 흐믈거리는 시계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서랍이 달린 비너스’와 ‘인간 형상을 한 캐비닛’같은 일명 서랍 시리즈 조각이다. 머리, 가슴, 복부, 무릎을 열고 장착된 서랍을 보면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아! 우리의 몸은 얼마나 많은 비밀의 서랍으로 이뤄져 있나. 그 서랍 안엔 또 얼마나 정돈되지 못한 과거가 무의식이라는 풀길 없는 암호로 저장되어 있나. 니체는 “춤추는 별을 분만하기 위해서는 자기 안에 카오스를 품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생의 가장 깊은 내면은 카오스이고 수수께끼이며 때로는 어둡지만 그렇기 때문에 환상적이라는 것. ‘철학은 어떻게 정리 정돈을 돕는가’의 저자 이나 슈미트는 그의 저서에서 지적한다. ‘삶은 밑에 깔려 있는 거대한 가능성의 카오스를 다시 볼 수 있기 위해 제거해야 하는 카오스 덩어리’라고. 각설하고, 정리 정돈의 기초는 커다란 쓰레기통이다. 이를 위해 국내 1호 정리 컨설턴트 ‘베리굿정리컨설팅’ 윤선현 대표의 정리 조언을 참고하기로 했다.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의 공간은 고인 물이 아닌 흐르는 물과 같다. ‘순환’이 아닌 ‘흐름’을 만드는 것, 이것이 공간 정리의 핵심이다. 흐름이란, 물건이 들어와서(input) 제대로 나가게(output) 하는 것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하나 들어오면 다른 하나가 반드시 나가야 한다.”  김지수 대중문화전문기자 kimjisu@chosunbiz.com조선비즈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18/2015121802441.html​
  • 2015-12-21
    ​항상 돈이 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돈을 적게 벌어서가 아니다. 생각하지도 않은 자잘한 것들에 쉽게 돈을 썼기 때문이다. 진정한 부를 쌓으려면 물건은 적게, 돈은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원초적인 해결법은 ‘정리 정돈’이다. 국내 1호 정리 컨설턴트 윤선현의 ‘부자가 되는 정리의 힘’을 참고로 ‘정리정돈으로 부자되는 법 7가지’를 소개한다. ▲ 관객이 1시간 동안 소설을 필사하게 한 안규철 작가의 작품 ‘1000명의 책’. 이 작품의 퍼포먼스에 동참하다 보면, 정리된 ‘클린 스팟’이 얼마나 집중력을 높여주는 지 느낄 수 있다. 해당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회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16년 2월 14일까지 열린다. /조선DB​① 자릿세 613만원, 러닝 머신부터 내다 버려라집안의 러닝머신을 예로 들면 러닝머신은 대략 1m²를 차지한다. 2015년 서울 평균 평당(3.3m²) 집값이 2000만 원인 것을 생각할 때 러닝머신이 차지하는 1m²의 기회비용은 613만 원인 셈이다. 한 평을 정리하면 2000만 원을, 작은 방 하나를 정리하면 500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집안에서 불필요하게 자리를 차지하는 물건은 과감히 버려 공간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② 시간 도둑 스마트폰, 알림은 꺼둬라눈으로 보이는 물질적인 것만이 돈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시간도 돈이 될 수 있다. 하루 24시간을 잘 써야 성과도 올리고, 소득도 높일 수 있다. 일단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아라. 그리고 알림을 꺼두어라. 그러면 매번 확인하는 습관을 줄일 수 있다. 최소한 불필요한 메신저나 소셜 미디어 알림을 끄고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시간을 정해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③ 냉장고 옆에는 포스트잇을 두어라냉장고 옆에 포스트잇을 두고 ‘다 먹어서 다시 사야 할 것’들을 기록하라. 다섯 가지 이상의 항목이 채워졌을 때 장을 보러 가고, 갈 때는 이 포스트잇을 떼어가 과소비를 줄여라.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 재료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 이름도 생각날 때 포스트잇에 적어 놓으면 쓸데없이 외식 하거나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 낭비도 줄일 수 있다. ④ 몰입할 수 있는 ‘클린 스팟’을 만들어라클린 스팟(Clean Spot)은 일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장소를 말한다. 요리하는 조리대, 밥을 먹는 식탁, 일하는 책상, 편안히 쉬어야 하는 거실 바닥과 같은 곳이다. 만약 어떤 일 하나를 할 때마다 물건을 치우거나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면 하고자 하는 의욕이 꺾이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사용해야 하는 물건이 잘 정돈되어 있고, 공간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면 하고자 하는 일에 더욱 잘 집중할 수 있게 된다. ⑤ 옷은 계절 구분 없이 한 칸에 보관하라가구 브랜드 한샘에서 1380명을 대상으로 ‘한 가정 당 몇 벌의 옷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남자는 평균 125벌 여자는 평균 185벌이었다. 이미 많은 옷을 소유하고도, 왜 늘 옷이 없다며 불평하는 걸까?정리로 답을 찾을 수 있다. 가지고 있는 옷들이 적더라도, 입을 만한 옷들이라면, 옷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이 방 저 방 흩어져 있는 옷들을 꺼내 1 이 옷이 필요한지 2 입을 시간이 있는지 3 입으면 기분이 좋아지는지 4 가치가 있는 옷 인지..., 4가지 기준에 따라 분류 해야 한다. 안 입는 옷을 비운 후 계절 구분 없이 모든 옷을 옷장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교체하는 것도 번거롭고, 환절기에 짧은 옷과 긴 옷을 겹쳐 입으면 일교차가 큰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유용하게 입을 수 있다.⑥ 일시적인 용도의 덩치가 큰 물건은 빌려 써라유아 완구나 장난감은 아이가 자라고 나면 자리를 차지하는 물건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새로운 유아 완구나 장남감을 사기보다는 ‘토이방(www.toybang.co.kr)’ ‘나이스베이비 (www.nicebaby.co.kr)’ ‘베베월드(www.bebeworld.net)’와 같은 곳을 활용하면 필요할 때만 일정 기간 대여해서 사용할 수 있다. 유아 완구와 장난감뿐만 아니라 러닝머신과 같은 운동기구, TV나 컴퓨터, 복사기와 같은 전자기기도 저렴하게 빌려 필요할 때만 사용할 수 있다. ⑦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비싼 값을 치러라 재테크 전문지 <월스메니지먼트>의 ‘한국 자수성가형 부자들의 특징’이란 칼럼을 보면, 부자 중에는 오래된 가구나 가전제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부자들은 스타일이 변했다고 유행을 좇아 가구나 가전제품을 사지 않는다. 또한, 수수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명품 옷을 선호한다고 한다. 한 가지를 사도 제대로 사서 오래 활용하려는 것이다. 좋은 물건은 소량만 생산되기 때문에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적당한 것에 만족하지 말고 좋은 물건을 사는 게 좋다. 적게 사고, 아낀 돈으로 좋은 것을 사면 된다. 좋은 물건은 볼 때마다 즐겁고, 평생 만족스럽게 쓸 수 있게 때문이다.  윤선현 지음|위즈덤하우스|272쪽|1만38000원‘국내 1호 정리 컨설턴트’로 활약 중인 저자는 부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정리정돈’이라고 단언한다. 저자에 따르면 정리를 하면 있는 물건을 다시 사는 낭비도 막을 수 있고, 쓸데없이 지출하는 과소비도 줄일 수 있다. 냉장고나 옷장, 아이방 정리부터 우선순위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시간 정리까지 실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정리 방법들을 소개한다.    ​유하윤 인턴기자 조선비즈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18/2015121802686.html​
  • 2015-12-16
    ​- 2016 신춘문예 응모작 살펴보니예년보다 작품 수준 높아져詩는 자연 예찬한 작품 늘고 소설, 지역분쟁 등 세계문제 다뤄201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8개 부문(시·단편소설·시조·동시·동화·희곡·문학평론·미술평론)에 모두 2352명이 7595편을 보내왔다. 지난 4일 마감한 각 부문 응모작은 시 4886편, 단편소설 566편, 시조 572편, 동시 1248편, 동화는 206편, 희곡 93편, 문학평론 13편, 미술평론 11편이었다. 각 부문 본심 심사가 진행 중이다.최근 예심을 끝낸 시와 단편소설은 한국 사회의 갈등과 세태를 반영한 응모작이 많았다. 시와 소설 모두 '먹방'(음식 먹는 걸 중계하는 방송) 유행을 입증하듯 음식을 다룬 작품도 적지 않았다. 응모작의 정서는 불안과 절망이 지배적이었다. 시는 시인 문태준·유희경, 평론가 김수이씨, 소설은 소설가 안성호·한은형, 평론가 김형중 김대산씨가 각각 맡았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심사위원 김형중, 김대산, 문태준, 김수이, 유희경, 안성호, 한은형씨. /이진한 기자시 부문 심사 위원들은 "전반적으로 예년에 비해 응모작 수준이 높아졌다"고 호평했다. 응모작 경향에 대해선 "장기 불황에 따른 생계 문제를 다룬 시들이 우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힘든 현실에 대한 반작용인 듯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를 예찬한 작품이 주를 이뤘다"고 풀이했다. 시 응모작의 지배적 정서는 '우울과 절망, 무력감, 분노, 존재감 결핍 등의 부정적 정서와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이었다는 것. 시의 소재도 청년 실업, 알바 인생, 비정규직, 취업 사기, 대출 이자 연체, 파산, 조기 퇴직, 해고, 미혼모와 이혼모, 노인 빈곤, 가족 해체 등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평론가 김수이씨는 "소시민 몰락의 징후들을 다각도로 포착한 많은 시는 문학의 역할이 당대 사회의 상처와 통증을 드러내고 공론화하는 일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했다"고 풀이했다. 시인 문태준씨는 "바다에 주목한 시편들이 올해도 많았는데 대체로 한숨과 눈물의 공간으로서 바다 이미지였다"며 "세월호에 대한 고통스럽고 아픈 기억이 작품들에 여전히 투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시인 유희경씨는 "긍정적이고 경쾌한 이미지보다는 회한과 무상함, 사라짐(사라져감)과 돌아오지 않음에 대한 성찰과 그에 따른 이미지 사용이 많았다"며 "아마도 어수선한 현실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고 해석했다.소설 부문 심사위원들도 노인 문제를 비롯한 현실과 세태 반영을 주목했다. 부분적으로 예년에 비해 특이한 현상은 소재의 세계화가 늘어났다는 것. 평론가 김형중씨는 외국을 무대로 한 작품들의 증가를 가리켜 "한국인의 해외 체험이 일반화된 경향을 보여주거나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 과정을 반영하는 듯하다"고 풀이했다. 소설가 한은형씨는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지역 분쟁 같은 전 세계적 문제를 다룬 소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소설 응모작의 분위기도 시 응모작처럼 어둡고 우울했다. 평론가 김대산씨는 "전반적으로 문제적 개인들 사이의 불완전한 관계들 속에서 언제나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분노, 절망, 좌절, 치욕, 슬픔의 감정들이 많이 다뤄졌다"고 진단했다. 소설가 안성호씨는 "죽음이 쉽게 발설됐다"며 "'○○이 죽었다'라며 시작하는 소설이 많았지만, 죽음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 많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16/2015121600141.html​   
  • 2015-12-15
    ​​[오늘의 세상]1893년 고종 命 받은 대표단, 배 타고 시카고박람회 참석기와집 짓고 '大조선관' 열어日 전시실 크기의 40분의 1… 이때 출품된 방패연과 얼레1893년 3월 조선의 궁중 악공 등 대원 10여명이 고종의 명을 받고 태평양 건너 미국 땅으로 출발했다. 시카고에서 열리는 만국박람회에서 조선의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대표단장은 참의 내무부사 정경원(鄭敬源·1841~1898). 세계 47개국이 참여한 박람회는 그해 5월부터 10월까지 열렸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참가한 국제박람회였다.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장에 들어선 '대(大)조선관'. 짚신, 화로, 자수병풍, 악기 등이 전시됐다. /조선일보 DB 대원들은 시카고 매뉴팩처스 빌딩에 8칸짜리 전통 기와집을 짓고 '대(大)조선관'을 열었다. 농산물, 짚신, 비단, 가죽신발, 연, 도자기, 자수병풍 등을 전시해 1140달러어치를 팔았다. 당시 주한 미국 공사관 부총영사이자 선교사였던 호레이스 앨런(Allen·1858~1932)도 명예 대원 자격으로 전시를 도왔다. 후에 고종이 정경원을 불러 물었다. "우리나라 물품을 보고 뭐라 하더냐?" "우리 물품을 처음 보기 때문에 구경하는 사람이 복잡하게 모여들어 응대할 겨를이 없을 정도였습니다."('고종실록' 1893년 11월 9일)하지만 현지 반응은 달랐다. 전시실이 25평에 불과해 미국 신문들은 "장난감 같다"고 평했다. 일본 전시실 크기는 조선의 40배가 넘었다. 시카고 박람회를 참관한 윤치호는 작고 초라한 우리 전시관을 본 뒤 "가슴이 메었다"고 일기에 썼다.망국(亡國)의 비운(悲運)을 앞두고 시카고 박람회에 출품된 조선 방패연 2점과 얼레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박물관에서 발견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은 "국내에선 자취를 감춘 19세기 전통 연 실물을 이 박물관 수장고에서 찾았다"고 14일 밝혔다.1893년 시카고 박람회에 출품됐다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박물관에 기증된 조선 방패연(왼쪽). 가운데 동그랗게 구멍이 뚫려 있다. 오른쪽은 함께 발견된 얼레를 대한연협회 회원이 살펴보는 사진. /대한연협회 제공민간단체인 대한연협회 회원들과 이문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이 지난달 10~13일 이 박물관 수장고에서 실물을 확인했다. 남진우 대한연협회 이사는 "박람회 때 출품된 방패연 3점 중 1점은 사라졌고, 얼레는 박물관 관계자들도 행방불명된 줄 알고 있었다. 소장품 목록을 일일이 확인하고 수장고를 뒤져서 찾아냈다"고 했다. 소장품 목록에는 이 유물들을 '시카고 박람회 후 조선 관리들이 기증했다'고 적혀 있다.이문현 학예연구관은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중 가장 오래된 연이 1960년대 것"이라며 흥분했다. 전통 연이 왜 국내엔 없을까. 이 연구관은 "정월대보름이 지나면 '잡귀야 물러가라'며 액막이연으로 날려 보내는 풍습이 있고, 6·25 전쟁통에 연까지 챙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연의 크기는 두 점 모두 가로 43.5㎝, 세로 52㎝. 현대 방패연(40×47㎝)보다 크고, 가운데에는 원형 구멍이 뚫려 있다. 남 이사는 "영국인 엘리자베스 키스가 1919년 그린 '조선의 연날리기' 풍경을 보면 하나같이 연에 구멍이 없다. 구멍이 없는 건 조선 연이 아니라 일본의 '가쿠다코(角凧)'"라며 "이번 발견으로 우리 전통 연에는 원래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게 확인됐다"고 했다.허윤희 기자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15/2015121500298.html​
  • 2015-12-15
    ​[취향 파는 가게들] 특정 테마의 책 전시하는 서점, 자신이 원하는 향 만드는 숍 등틀에 박힌 기성 브랜드 벗어나 나만의 유행 선도하는 가게 늘어임영란(45)씨는 2년 전 서울 방배동 한 주택가 골목에 자신이 디자인한 한식(韓食) 전용 식기 세트를 판매하는 가게를 열었다. 한 번 먹을 만큼만 담는 1인용 한식 그릇 세트를 만들어 판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에서 16년간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파리 한 식당에서 예쁜 접시를 보고 '한식은 왜 예쁜 그릇에 담으려 하지 않을까' 의문을 가졌다. 임씨는 "예전보다 많이 벌진 못하지만 '같은 취향'의 손님을 만나는 기쁨이 크다"고 말했다.'방배동 사이길' 골목에는 이런 가게들이 즐비하다. 500m 채 안 되는 길에 들어선 의류·소품 편집숍, 인테리어 매장, 가죽 공방 주인들 중에는 대기업이나 전문직을 그만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체코 유학 경험을 살려 오픈한 크리스털 전문점, 프랑스 남부 시골 분위기로 꾸민 반찬가게 등 '외국물' 먹은 분위기가 물씬 나는 숍이 많다. 17년간 다닌 통신 기업을 그만두고 호주 등 해외에서 친환경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오가니끄마켓'의 김미희씨는 "돈은 좀 적게 벌지만 삶의 여유가 있는 '시간 부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 골목을 자주 찾는 40대 주부는 "제품에 대한 지식과 외국 트렌드에 해박한 주인장들을 만나니 즐겁다"며 "틀에 박힌 설명밖에 할 줄 모르는 기성 브랜드 매장 직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굳이 번화가가 아니어도 남다른 취향으로 승부를 거는 작은 가게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울 서촌의 향수 가게 ‘로매지크’ 장준영 대표, 홍대 앞 ‘땡스북스’ 이기섭 대표, 방배동 사이길의 ‘오가니끄마켓’ 김미희 대표. /장련성 객원기자·김지호 기자​​먹을거리와 입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뭘 골라야 할지 몰라 일종의 '결정 장애'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에게 취향을 찾아주고, 검증된 제품을 골라주는 로드숍이 곳곳에 생겨났다. 여행에서 패션·음식·영화·도서 등 분야도 다양하다. 주인장들은 마치 미술관 전시 기획자(큐레이터)처럼 좋은 제품과 정보를 추천하는 것을 본업(本業)처럼 여긴다. 직장에서의 경험, 해외 유학, 주재원 생활 등을 거쳐 중년의 나이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선 '인디'들이다.홍대 앞 동네 서점 '땡스북스'는 이런 취향 가게의 원조격. 이곳엔 그 흔한 베스트셀러 코너도, 자기 계발서도 없다. 디자이너 출신의 서점 대표 이기섭(45)씨가 한 달에 한 번 주제를 정해 특정 테마의 책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지난달엔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서울의 재발견' '서울 건축만담' '버스로 서울여행' 등 서울을 테마로 한 책을 전시했다. 이 대표는 "무차별적으로 대중을 상대해야 하는 대형 서점과 달리 우리는 남다른 취향의 독자를 겨냥해 책 추천에 더 공을 들인다"고 했다. 대형 서점의 틈바구니에서 분투하는 작은 동네 서점 상당수가 이 전략을 택하고 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가까운 직장생활 끝에 돌아와 자신의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다.이런 가게를 중심으로 작은 '취향 공동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서촌의 향수 가게 '로매지크'에는 귀에 익은 일반 브랜드 향수는 찾아볼 수 없다. 손님들은 다양한 향기 샘플을 맡아본 뒤 원하는 향수를 만들어 병에 담아간다. 자신의 후각에만 의존해 향수를 선택하는 셈이다. 주인 장준영(35)씨는 미국의 대형 향료 회사에서 블렌딩 기술을 배웠다. 그는 "손님들이 스스로 제품을 고르도록 정보를 많이 준다"며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통해 이젠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게 된 단골들도 많다"고 했다.취향을 중시하니 유동인구 많고 임대료 비싼 번화가에 가게를 열 필요가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북촌과 서촌, 합정동, 상수동 등에 작은 공방과 갤러리가 늘어난 이유다. 젊은이 못지않게 세련된 취향을 갖춘 중년을 뜻하는 '영 포티(Young Forty)'들도 많아졌다. '라이프 트렌드 2016'(부키)을 쓴 '날카로운 상상력 연구소' 김용섭 소장은 "앞으로는 물질적 가치보다 남과 다른 취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나이나 세대를 떠나 취향의 흐름을 선도하는 이른바 '힙스터'로 불리는 선구자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신동흔 기자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15/2015121500192.html​
  • "대구는 최고의 청년도시죠."
    "강릉은 커피산업의 메카고요.
    "대덕은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겁니다."
    앉은 자리에서 술술 진단이 나온다. 환자 얼굴만 봐도 병을 알아보는 명의처럼, 고민에 빠진 우리나라 주요 도시들의 나아갈 방향을 척척 짚어내는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 그는 학계를 대표하는 국제문제 전문가지만,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할 정도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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