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드리언 몰의 비밀일기 1~4


나 역시 ‘응답하라 1994’를 보며 추억에 잠긴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대학생이지만 나는 당시 중 3이었다. 그래도 나와 또래 친구들은 서태지에게 함께 열광했고, 농구 대잔치에 환호했으며, 게스 청바지를 선망했다.

하나 더 있다. 드라마엔 (책이라고는) 나오지 않았지만, 나를 포함한 당시 수많은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 ‘비밀일기’를 빼놓을 수 있을까.

영국 작가 수 타운센드가 1982년 발표한 이 책은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사춘기에 막 접어든 주인공 소년 아드리안 모올이 하루하루를 써내려간 일기 묶음이다. 아드리안은 자신을 지성인이라 여기지만, 정작 관심을 쏟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성(性)이다.

그저 야한 정도로만 따지자면 할리퀸 문고가 더했지만, ‘비밀일기’의 짜릿함은 우리 또래의 성 호기심을 솔직하게 드러낸 데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한 대목은 아드리안의 여자 친구가 파티에서 가슴이 훤히 비치는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장면이었다.

어른들은 이 책을 못마땅해했다. 근처 남학교에 다녔던 친구 증언에 따르면, 어떤 아이가 독후감 숙제로 이 책을 읽고 써 내자, 화가 난 선생님은 이렇게 일갈했다. “학생이 이따위 저질스러운 책이나 읽어서야 되겠어!”

‘이따위 책’은 국내에서 40만 권이 팔려나갔다. 그 책을 탐독했던 우리 모두는 이제 성인이 되었고 사회인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출판사 편집자로서 이 책을 다시 조우하게 됐다.

편집자로 일하는 기쁨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지금처럼 어린 시절 좋아했던 책을 내 손으로 복간하는 순간도 빼놓을 수 없다. 1994년 시절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살아나면서 가슴이 설렜다.

그런데 막상 원고를 읽어 내려가다가 왠지 낯설고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히 주인공도 내용도 그대로이고, 여자 친구가 파티에서 야한 옷차림으로 춤추는 장면도 그대로인데 뭔가가 달랐다.

주인공 이름이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에이드리언 몰’로 바뀌긴 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은 아니다. 중 3 시절 내가 만난 ‘아디리안’은 영국이라는 선진국에 사는 발랑 까진 소년이었다. 하지만 20년 후 내 앞에 다시 나타난 에이드리언은?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 해체와 학교 폭력이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소년, 아닌가.

책의 줄거리야 1994년에도 같았을 것이다. 나도 읽긴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성과 연관된 장면들만 쏙쏙 골라 기억에 담았던 것. 그러다 서른이 훌쩍 넘고서야 비로소 주인공을 둘러싼 주변 환경과 사회상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저 야한 부분에만 집중하며 킥킥거리기에는 사회 모순과 갈등을 너무 많이 깨달아 버린 나이. 우리는 그것을 어른이라고 부르던가.

예전 선생님이 ‘이따위 책’이라 오해했던 책이 실은 영국에서 세대를 가리지 않고 ‘국민 희극’이자 ‘시대의 기록자’로 지금껏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 나도 지금에서야 알았다.

이제 국내에서도 이 책이 제대로 대접 받을 수 있기를. 그렇더라도 지금의 10대들은 여전히 이 책의 야하고 웃긴 대목에서 키득댈 확률이 높겠지만.

수 타운센드 지음|김한결 옮김|놀|220~352쪽|각권 1만1800원~1만2800원

다산북스 김서윤

조선비즈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7/13/20140713008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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