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자만복(棘刺滿腹)

강재항(姜在恒·1689~1756)이 쓴 '현조행(玄鳥行)'이란 시의 사연이 흥미롭다. 제비 한 쌍이 새끼 다섯 마리를 길렀다. 문간방 고양이가 틈을 노려 어미 암컷을 잡아먹었다. 짝 잃은 제비가 슬피 울며 넋을 잃고 지내더니 어느새 다른 짝을 구해 새살림을 차렸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제가 기르던 새끼를 발로 차서 마당에 떨어뜨린 것이다. 죽은 새끼의 주둥이를 벌려보니 입 안에 날카로운 가시가 가득했다. 그 가시가 배를 찔러 잘 자라던 다섯 마리 새끼가 한꺼번에 죽었던 것이다. 새살림에 방해가 되는 새끼들이 거추장스러워 그랬을까? 아비는 제 새끼들에게 벌레를 물어다 주는 대신 가시를 물어다 먹였다.


시인은 이 대목에서 "입 더듬어 먹은 물건 살펴봤더니, 날카로운 가시가 배에 가득해. 내 마음 이 때문에 구슬퍼져서, 한동안 손에 들고 못 놓았다네. 지붕에 불 지르고 우물을 덮었다던, 예부터 전하던 말 헛말 아닐세(探口見食物, 棘刺滿腹藏. 我心爲之惻, 歷時久未放. 塗廩與浚井, 古來傳不妄.)"라며 분개했다. 옛날 순임금의 아버지 고수(瞽叟)도 새장가를 들고 나서 아들에게 곡식 창고를 고치라고 지붕에 올라가게 해놓고 아래서 불을 지르고, 우물을 치게 하고는 이를 덮어 죽이려 했던 일이 있었다.


위백규(魏伯珪·1727~1798)도 '잡저'에서 말했다. "제비는 암수 중 한쪽이 죽어 새 짝을 얻으면 반드시 가시를 물어다 이전 짝의 새끼에게 먹여 죽인다." 조선시대에 이 같은 생각이 꽤 널리 퍼져 있었다는 뜻이다. 새 아내가 전처소생의 자식을 구박하고 학대하는 일이 워낙 흔하다 보니, 제비의 행동에 이를 투사하여 보았던 셈이다.


실제 짝을 잃은 제비는 양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부부가 부지런히 먹이를 날라 먹여도 새끼를 배불리 먹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시를 먹였다고 생각한 것은 오해다. 새들은 먹이를 통째로 삼키므로 역류 방지를 위해 목구멍에 가시처럼 뾰족하게 솟아오른 기관이 있다. 이것을 가시로 오해했다. 제비야 억울하겠지만 사물의 생태를 보며 삶의 자세를 가다듬고 교훈을 얻고자 한 선인의 그 마음만은 귀하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6/07/20160607033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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