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05-20
    조선일보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2015.05.20 03:00​▲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허균이 젊은 시절 감목관(監牧官)으로 말 목장에 파견되면서 시 한 수를 썼다. 앞의 네 구는 이렇다. "기북(冀北)에서 좋은 말을 가려내어서, 금대(金臺)에서 특별한 은총 입었네. 몸을 삼가 수마(數馬)를 생각하지만, 감목으로 말 먹임이 부끄러워라.(冀野掄侖材重, 金臺荷寵殊. 謹身思數馬, 監牧愧攻駒.)" 과거에 급제해 큰 뜻을 펼쳐볼 줄 알았는데 고작 말 목장에서 말똥이나 치우고 망아지 기르는 일이나 감독하는 관원이 된 일을 자조한 내용이다.제3구의 수마(數馬)는 고사가 있다. 진(晉) 나라 때 석경(石慶)이 태복(太僕)으로 수레를 몰고 나갔다. 왕이 그에게 불쑥 수레를 끄는 말이 몇 마리냐고 물었다. 석경은 채찍으로 말의 숫자를 하나하나 세더니 손가락 여섯 개를 펴보이며 "여섯 마리입니다"라고 말했다. 뒤에 승상의 지위에 올랐다. '한서'에 나온다. 허균은 당장의 신세가 비록 한심해도 근신수마(謹身數馬)의 마음가짐을 지녀 장차 천리마 같은 인재가 되리라는 포부로 이어지는 시를 마무리 지었다.명종의 환후가 위중하자 영의정 이준경(李浚慶·1499~1572)이 숙직하며 곁을 지켰다. 밤중에 왕의 병세가 갑자기 위독해졌다. 후계조차 못 정한 상태였다. 이준경이 침전 밖에서 뒤를 이을 사람을 물었다. 인순왕후(仁順王后)가 덕흥군의 셋째 아들로 보위를 이으라는 전교를 내렸다. 입직해 있던 재상 여럿이 이미 대전 섬돌 위로 올라와 있었다. 이준경이 말했다. "소신은 귀가 어둡습니다. 다시 하교해 주소서." 왕후는 모두가 분명하게 들을 수 있도록 두 번 세 번 또렷하게 말했다. 그제서야 이준경은 윤탁연(尹卓然)에게 전교를 받아 적게 했다. 윤탁연은 '제삼자(第三子)'의 삼(三)을 '삼(參)'으로 썼다. 이준경이 이를 보고 말했다. "이 누구의 아들인고?" 기특해서 한 말이었다. '기언(記言)'에 나온다.영의정은 뻔히 듣고도 크게 말해 달라고 했다. 승지는 '삼(三)'이라 쓰지 않고 '삼(參)'으로 썼다. 국가의 대계가 걸린 문제라 혹시 있을지 모를 오해의 여지를 이렇게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평소 몸에 밴 신중함이 아니고는 이럴 수가 없다. 나라 일에 대충대충 설렁설렁은 있을 수 없다.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5/19/2015051904096.html​
  • 2015-05-13
    ​조선일보 정민 한양대 교수 고전문학 2015.05.13 03:00​▲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한나라 때 양진(楊震·?~124)이 동래 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창읍 현령 왕밀(王密)을 만났다. 그는 예전 양진의 추천을 받아 벼슬을 시작했으므로 은혜로 여겨 밤중에 찾아와 황금 열 근을 바쳤다. "나는 그대를 알아보았는데, 그대는 어째서 나를 모르는가?" 왕밀이 말했다. "어두운 밤이라 아무도 모릅니다." 양진이 대답했다.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고 내가 알고 자네가 아네(四知).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 하는가?" 왕밀이 부끄러워하며 나갔다.그는 청렴해서 자식들이 거친 음식을 먹고 외출할 때도 걸어 다녔다. 벗들이 먹고살 도리를 하라고 하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후세에 청백리의 자손으로 일컬어지게 하려 하네. 이것만 남겨줘도 충분하지 않겠는가?"그의 둘째 아들 양병(楊秉·92~165)은 아버지를 이어 환제 때 태위 벼슬에 올랐다. 정치가 잘못되면 그는 늘 성의를 다해 임금에게 간언했다. 양병은 술을 입에 대지 않았고, 젊어서 아내가 세상을 뜨자 다시 장가들지 않았다. 그 또한 청렴으로 사람들의 기림을 받았다. 그가 말했다. "나는 술과 여색, 재물 이 세 가지에 흔들리지 않았다." 잘나가다가도 늘 술과 여자, 재물의 삼혹(三惑)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 군자가 사소한 것조차 삼가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몽구(蒙求)'에 보인다.남송의 진덕수(眞德秀)가 말했다. "사군자의 처세에서 한껏 청렴함은 작은 선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사소한 탐욕으로 더럽혀지면 평생의 큰 죄악이다." 이 말을 받아 '간옹우묵(艮翁疣墨)'에서는 이렇게 적었다. "청렴이란 작은 선일 뿐이어서 군자에게 일컬을 만한 것이 못 된다. 하지만 청렴이 무너지면 비록 다른 훌륭한 점이 있더라도 미녀 서시(西施)가 오물을 뒤집어쓴 것 같아 코를 막지 않을 사람이 드물다. 어두운 밤이라고 말하면 안 되니 사지(四知)를 속이기 어렵다." 사이가 좋고 서로 배짱이 맞을 때야 뇌물을 받아도 뒤탈이 없겠지만 잠깐 만에 관계가 틀어지면 아무도 보지 못한 데서 동티가 난다. 그때 가서 증거를 대라고 우겨도 이미 이름은 더럽혀진 뒤다.조선일보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5/12/2015051204098.html​
  • 2015-05-07
    ​조선일보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2015.05.06 03:00​▲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송나라 때 진록(陳錄)이 엮은 '선유문(善誘文)'은 선행을 권유하는 글을 모은 권선서(勸善書)다. 그 첫머리에 송대 조변(趙抃·1008~1084)의 '조청헌공좌우명(趙淸獻公座右銘)'이 실려 있다. 모두 24칙의 짤막한 글을 싣고 그 아래에 설명을 달았다. 이 가운데 몇 가지를 읽어본다."구함이 없는 것이 보시보다 낫다(無求勝布施)." 보시에는 제 복(福)을 구하려는 마음이 깔려 있다. 애초에 복을 향한 마음을 버리는 것만 못하다. 그 아래 "구함이 없으면 절로 편안하니 보시는 복을 탐하는 것이다(無求自安, 布施貪福)"란 설명을 달았다. "입에 맞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병이 된다(爽口味多須作疾)." 건강에 좋은 음식은 입에는 깔깔하다. 미식과 보양식만 찾아다니면 몸에 해롭다. 너무 맛난 음식은 오히려 질병을 부른다."마음에 통쾌한 일은 지나고 나면 꼭 재앙이 된다(快心事過必爲殃)." 한때의 통쾌함을 백일의 근심과 맞바꾸려 들지 마라. 잠깐 분을 풀어 시원하겠지만 여기서 늘 더 큰 재앙이 비롯된다. "마음에 맞는 곳은 두 번 가지 말라(得便宜處莫再去)." 너무 좋았던 곳은 다음에 가면 꼭 실망스럽다. 지난번엔 그렇게 멋있고 맛있었는데 이럴 수가 있을까? 차라리 아껴 간직했더라면 앞의 기억이 무색하지 않다. "남이 알까 겁나는 일은 아예 마음조차 먹지 말라(怕人知事莫萌心)." 할까 말까 하는 일은 대부분 안 하는 것이 좋다. 마음에 조금이라도 켕기면 제 스스로 합리화의 구실을 만들기 전에 손을 떼라."좋은 밭 1만 이랑을 지녔어도 하루에 먹는 것은 두 홉뿐이다(良田萬頃, 日食二升)." 바깥짝은 이렇다. "큰 집이 1000칸이라도 밤에 누울 때는 여덟 자면 충분하다(大廈千間, 夜臥八尺)." 두 홉 쌀이면 배가 부르고, 여덟 자 공간이면 몸을 뉠 수 있는데 인간의 탐욕은 끝 간데없다. "다만 좋은 일을 행할 뿐 앞길은 묻지 말라(但行好事, 莫問前程)." 좋은 일의 끝은 있는 법이다. 앞날에 대한 보험으로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순서가 틀렸다. 요컨대 지는 게 이기는 것이고, 부족한 게 남는 거라는 말씀이다. 읽고 나니 개운하다.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5/05/2015050502500.html​
  • 2015-04-29
    조선일보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2015.04.29 03:00​​▲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명나라 때 임회(臨淮)에 사는 사람이 비단을 팔러 시장에 갔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자 얼른 비단을 머리에 얹어 비를 피했다. 뒤늦게 한 사람이 뛰어들더니 자기도 비를 피하게 해달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비단 한 끝을 그 사람에게 내주었다. 비가 그쳤다. 젖은 비단을 거두어 정돈하려는데 비를 피하게 해달라던 자가 갑자기 태도를 싹 바꿔 비단이 원래 자기 것이니 내놓으라고 우기기 시작했다. 비단 주인은 기가 턱 막혔다. 마침내 서로 엉겨 붙어 큰 싸움이 되었다.태수 설선(薛瑄·1389~1464)이 지나다가 두 사람을 불렀다. 둘은 태수 앞에서도 기세가 등등했다. 태수가 관리를 시켜 비단을 절반으로 잘라 반씩 나눠 주었다. 그러고는 관리를 시켜 두 사람의 반응을 들어보게 했다. 비단 주인은 원통해 죽겠다며 여전히 펄펄 뛰었다. 비를 피하려던 자는 "나리의 은혜입니다" 하며 고마워했다. 설선이 고맙다고 말한 자를 끌어다가 매섭게 고문해 실토를 받고는 죽여 버렸다.어차피 비단은 하나뿐이라 둘 중 하나는 거짓말쟁이다. 비를 피하게 해준 은공도 잊고 남의 비단을 가로채려 한 자는 절반을 그저 얻은 것이 기뻐 저도 몰래 나리의 은혜라고 말해 버렸다. 비록 작은 비단 한쪽이지만 풍속의 문제라 설선은 그를 죽여 고을의 기강을 세웠다. '태평어람(太平御覽)' 인사부(人事部)에 나온다.세조 때 함우치(咸禹治·1408~1479)가 전라감사로 있을 때 일이다. 지체 높은 가문의 형제가 서로 큰 가마솥을 차지하려고 싸우다가 관에 소송을 걸어왔다. 이 말을 들은 함우치가 크게 노해 아전을 시켜 크고 작은 가마솥 두 개를 급히 가져와 때려 부숴서 근량으로 달아 정확하게 반분해 나눠주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형제가 정신이 번쩍 들어 소송을 즉각 취하했다. 깨진 솥의 쇳조각을 다 가져야 작은 가마솥만도 못했기 때문이다.배은망덕(背恩忘德)도 유분수지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 조금 큰 솥을 차지하겠다고 형제간에 송사를 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뿐인 작은 잇속 다툼에 목숨을 걸고 천륜을 등진다.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다. 인간의 탐욕이 끝없다.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4/28/2015042804505.html​
  • 2015-04-22
    조선일보 2015.04.22 03:00​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정수연(鄭壽延)이란 벗이 병중의 안정복(安鼎福)을 위해 양생 요령을 적은 '위생록(衛生錄)'이란 책을 빌려주었다. 안정복이 읽고 돌려주며 책에 발문을 써 보냈다. 그중의 한 대목. "위생의 방법은 안으로 그 술법을 다해도 밖에서 오는 근심을 조심해 살펴 미리 막아야 한다. 그래야 안팎이 다 온전할 수 있다. 선표(單豹)는 안을 다스렸으나 범이 밖을 잡아먹었고, 혜강(嵆康)은 양생(養生)에 힘썼지만 마침내 세화(世禍)에 죽었다. 그래서 군자는 거처하는 곳을 삼가고 사귀는 바를 조심해야 한다. 두 사람은 안에만 힘을 쏟고 밖에는 소홀해 이렇게 되었다. 이것이 과연 양생의 방법이겠는가?"위 글 속 선표의 얘기는 고사가 있다. 전개지(田開之)가 주 위공(周威公)에게 말했다. "양생은 양 치는 것과 같습니다. 뒤처지는 놈을 살펴 채찍질하는 것이지요." 위공이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 "노나라 사람 선표는 바위굴에서 물 마시고 살며 백성과 이끗을 다투지 않았지요. 70세에도 어린아이의 낯빛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주린 범을 만나 잡아먹히고 말았습니다. 장의(張毅)는 부잣집 가난한 집 가리지 않고 사귀었는데 나이 40에 속에 열이 치받는 병으로 죽었습니다. 선표는 안을 길렀지만 범이 밖을 먹어버렸고(호식기외·虎食其外), 장의는 밖을 길렀는데 병이 안을 공격했습니다(병공기내·病攻其內). 두 사람 모두 뒤처지는 것에 채찍질하지 않았습니다." '장자' '달생(達生)'편에 나온다.박세당(朴世堂)은 '남화경주해산보(南華經註解刪補)'에서 "사람의 우환은 평소 염려했던 데서 일어나지 않고 늘 생각지 않은 데서 일어난다.(人之患, 不作於其所慮, 而常作於其所不慮者也.)"고 풀이했다. 선표는 맑게 살았지만 주린 범이 못 알아봤고, 장의는 사교에 힘써 곳곳에 보험을 들어두었으나 제 몸 안의 질병은 살피지 못했다.살면서 호식병공(虎食病攻)의 근심을 면할 길 없다. 안만 살펴도 안 되고 밖만 돌봐도 소용없다. 그렇다면 어찌 할까? 안팎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채찍을 들고 뒤처지는 놈의 꽁무니를 후려쳐야 전체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는다.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4/21/2015042104618.html​
  • "대구는 최고의 청년도시죠."
    "강릉은 커피산업의 메카고요.
    "대덕은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겁니다."
    앉은 자리에서 술술 진단이 나온다. 환자 얼굴만 봐도 병을 알아보는 명의처럼, 고민에 빠진 우리나라 주요 도시들의 나아갈 방향을 척척 짚어내는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 그는 학계를 대표하는 국제문제 전문가지만,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할 정도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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