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10-07
    ​▲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처음 붓을 잡을 때부터 중봉직필(中鋒直筆)이란 말을 수없이 들었다. 중봉은 붓끝 뾰족한 부분이 어느 방향이든 모든 획의 정중앙을 지나야 한다는 뜻이다. 직필은 붓대가 지면과 직각을 이뤄야 한다는 말이다. 손목이나 손가락으로 재주를 부릴 수 없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필관을 야물게 잡아야 중봉직필이 된다. 반대로 측필편봉(側筆偏鋒)은 붓을 좌우로 흔들어 붓끝을 필획의 측면으로 쓸며 재주를 부리는 것이다. 눈을 놀라게 하는 획이 나오겠지만 정공법은 아니다.상유현(尙有鉉·1844~1923)의 '추사방현기(秋史訪見記)'에 중국 사람 탕상헌(湯爽軒)이 추사의 글씨를 평한 대목이 있다. 중국 사람이 추사의 글씨를 값을 안 따지고 다투어 사가는데, 예서만 찾지 행서나 초서는 편획(偏劃)이 있어 높이 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서는 고기(古氣)가 넘치고 법식에 맞아 참으로 동방의 대가가 되나, 행초의 획은 편획이 많아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고 썼다.진계유(陳繼儒)의 '진주선(眞珠船)' 중 다음 짧은 글이 인상적이다."강남의 서현(徐鉉)은 소전(小篆)체의 글씨를 잘 썼다. 햇빛에 비춰 살펴보면 글자마다 한 줄기 진한 먹이 모든 획의 정중앙을 지나고 있었다. 굽거나 꺾이는 획에서도 한편으로 쏠리는 일이 없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작은 전서체를 쓰면서도 중봉직필(中鋒直筆)을 잃지 않았더라는 말이다.나는 이 글을 지도자가 조직을 이끄는 법도를 말한 글로 읽었다. 리더는 중봉직필이라야지 측필편봉은 안 된다. 멋있어 보이려고 손목을 써서 붓대를 누이거나 측필을 쓰면 잠깐은 통해도 오래 못 간다. 답답해도 듬직한 정공법이 맞다. 그러지 않으면 권모술수와 부화뇌동만 는다.한번은 인사동을 지나다가 서예전을 하길래 들렀다. 전서 병풍의 필획이 아무래도 어색해 가까이 가서 보니 다른 사람이 쓴 글씨 위에 종이를 대고 볼펜으로 획을 그린 후 그 위에 덧칠해 쓴 글씨였다. 철필로 획의 중심을 잡긴 했는데 접골이 되지 않아 근골이 제멋대로 따로 노는 격이라고나 할까? 민망하고 딱해서 혼자 한참을 웃었다.조선일보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06/2015100604004.html​ 
  • 2015-09-30
    ​​▲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원나라 추현(鄒鉉)의 '수친양로신서(壽親養老新書)'에 노년의 양생을 위한 일곱 가지 비결이 보인다.첫째 "말을 적게 해서 진기(眞氣)를 기른다(少言語養眞氣)." 말수를 줄여야 내면에 참다운 기운이 길러진다. 쉴 새 없이 떠들면 폐의 기운이 소모되어 안에 쌓여야 할 기운이 밖으로 흩어진다. 그 틈을 타 나쁜 기운이 밀려든다.둘째 "색욕을 경계하여 정기를 기른다(戒色慾養精氣)." 손사막(孫思邈)이 말했다. "정욕을 함부로 하면 목숨은 아침 이슬과 같다.(姿其情欲, 則命同朝露也.)" 정기를 함부로 쓰는 것은 생명의 뿌리를 흔드는 행위다. 과도한 음양의 접촉을 삼간다.셋째 "맛을 담박하게 해서 혈기를 기른다(薄滋味養血氣)." 기름진 음식은 피를 탁하게 해서 혈관을 막는다. 입에 단 음식이 몸에 해를 끼친다. 채식 위주의 식단이 피를 맑게 하고 정신을 상쾌하게 깨어나게 해준다.넷째 "침을 삼켜 내장의 기운을 기른다(嚥津液養臟氣)." 입천장 위로 혀끝을 천천히 돌리면 진액이 혀뿌리로 고인다. 한참 뒤에 이를 삼킨다. 퇴계 선생이 열심히 했던 맨손체조 중에도 이 연진(嚥津)이 있다. 침은 소화액을 분비시켜 장의 운동을 활성화한다.다섯째 "성을 내지 않아 간의 기운을 기른다(莫嗔怒養肝氣)." 간은 감정과 긴밀하게 접촉한다. 놀라면 간이 철렁하고, 겁 없으면 간이 부었다고 한다. 분노의 감정은 간의 기운을 치솟게 해 생체 리듬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여섯째 "음식을 알맞게 해서 위장의 기운을 기른다(美飮食養胃氣)." 미(美)는 좋은 음식을 먹으란 말이 아니라 조화로운 균형을 취하라는 뜻이다.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서 위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조화를 유지해야 한다.일곱째 "생각을 적게 해서 심장의 기운을 기른다(少思慮養心氣)." 쓸데없는 뜬생각, 짓누르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지나친 생각은 건강을 해친다.건강은 균형과 조화에서 나온다. 말은 줄이고 감정은 가라앉힌다. 욕망을 억제하고 생각은 아낀다. 치우침 없이 균형을 잡고, 넘치는 것을 덜어 조금 부족한 듯이.조선일보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29/2015092902504.html​ 
  • 2015-09-23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명나라 진계유(陳繼愈)가 '복수전서(福壽全書)'에 '각병십법(却病十法)' 즉 질병을 물리치는 열 가지 방법을 적어 놓아 소개한다.첫째는 "가만 앉아 허공을 보며 몸뚱이가 원래 잠시 합쳐진 것임을 깨닫는 것(靜坐觀空, 覺四大原從假合.)"이다. 잠깐 빌려 사는 몸을 혹사하지 말자는 얘기다. 둘째는 "번뇌가 눈앞에 나타나면 죽음과 견주는 것(煩惱見前, 以死譬之.)"이다. 죽기보다 더하려고 하고 마음먹으면 못 견딜 일이 없다. 셋째는 "늘 나만 못한 사람을 떠올려 굳이 느긋한 마음을 갖는 것(常將不如我者, 强自寬解.)"이다. 사람이 위쪽만 올려다보면 답이 안 나온다. "조물주가 먹고살기 위해 나를 힘들게 하더니 병 때문에 조금 여유가 생겼으니 도리어 경사나 다행이라 여긴다(造物勞我以生, 遇病稍閑, 反生慶幸.)"가 넷째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자는 말씀이다. 다섯째는 "묵은 업보를 현세에서 만나더라도 달아나 피하려 들지 말고 기쁘게 받아들이자(宿業現逢, 不可逃避, 歡喜領受, 五也.)"이다.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나머지 다섯 가지는 다음과 같다. "집안을 화목하게 하여 서로 꾸짖는 말을 않는 것(家室和睦, 無交之言)"이 여섯째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로 모든 사단이 시작된다. 가까울수록 말을 아끼자. 일곱째는 "중생은 저마다 병의 뿌리를 지니고 있으니 언제나 스스로 관찰해서 이겨내야 한다(衆生各有病根, 常自觀察克治.)"는 것이다. 평소에 건강을 잘 관리해야 큰 병을 막을 수 있다. 여덟째는 "바람과 이슬을 조심해서 막고 기욕(嗜慾)은 담박하게 하는 것(風露謹防, 嗜慾澹泊.)"이다. 찬바람 쐬고 찬 이슬 맞으며 돌아다니면 건강을 다치게 되어 있다. 일찍 귀가해야지. 아홉째는 "음식은 절제해서 많이 먹지 말고, 기거는 편안히 할 뿐 욕심부리지 않는 것(飮食寧節毋多, 起居務適毋强.)"이다. 절제를 잃으면 건강에 바로 적신호가 켜진다. 마지막 열째는 "고명한 벗을 찾아가 흉금을 열어 세속을 벗어난 얘기를 주고받는 것(覓高明親友, 講開懷出世之談.)"이다. 마음에 맞는 벗은 내 만년의 건강을 지켜주는 열쇠의 하나다. 병 없이 살기가 쉽고도 어렵다.조선일보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22/2015092204011.html​  
  • 2015-09-16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청매(靑梅) 인오(印悟·1548∼1623) 스님의 문집에서 '십무익(十無益)'이란 글을 보았다. 수행자가 해서는 안 될 열 가지 일을 나열했다. 알려진 글이 들쭉날쭉해서 문집에 따라 보이면 다음과 같다."마음을 안 돌보면 경전을 봐도 소용없고(心不返照, 看經無益), 본성 공(空)함 모르고는 좌선이 부질없다(不達性空, 坐禪無益). 뿌리지 않고 열매를 바람은 도를 구함에 무익하고(輕因望果, 求道無益), 바른 법을 안 믿고는 고행이 쓸데없다(不信正法, 苦行無益). 아만(我慢)을 안 꺾으매 법 배워도 쓸모없고(不折我慢, 學法無益), 실다운 덕 없고 보니 겉 꾸밈이 소용없다(內無實德, 外儀無益). 스승의 덕 못 갖추곤 중생제도 허망하고(欠人師德, 濟衆無益), 신실한 맘 아니고는 교묘한 말 허랑하다(心非信實, 巧言無益). 일생에 교활하매 무리 처함 쓸모없고(一生乖角, 處衆無益), 뱃속 가득 무식하니 교만도 부질없네(滿腹無識, 憍慢無益)."종일 염불을 외고 불경을 읽어도 마음 거울을 닦지 않으면 하나마나다. 일체가 공(空)임을 깨닫지 못한다면 좌선한다고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 선업은 닦지 않으면서 선과(善果)만 얻으려 드니 구도(求道)란 말을 입에 담기가 부끄럽다. 정법(正法)에 대한 확신 없는 고행은 수행이 아니라 제 몸을 학대하는 것과 같다. 저만 옳다는 아만만 키우려면 법은 배워 무엇에 쓰나. 알찬 내면의 덕은 기르지 않고 겉꾸밈으로 젠체하기 바쁘니 그 인생이 불쌍하다. 남이 우러를 덕을 갖추지 못하고 무슨 중생제도를 입에 담는가? 신실함은 없고 교언영색뿐이니 낯빛마저 가증스러워진다. 잔머리만 굴리고 앞뒤 안 맞는 행동을 하면서 수행자의 길을 갈 수는 없다. 아무 든 것 없는데 교만까지 얹히면 천하에 못할 짓이 없게 된다.열심히 죽으라고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고행하고 참선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낮춤과 베풂, 진실함과 깨달음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자기를 괴롭히고 남을 괴롭혀서 아만과 독선에 빠져 바른 길을 벗어나는 인생이 너무도 많다. 게을러 아무것도 하려들지 않는 삶은 더 말할 것도 못 된다.조선일보​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15/2015091504254.html​   ​ ​
  • 2015-09-09
    ​​▲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박병호 선생의 서예전 도록을 보는데 명말(明末) 최선(崔銑)이 왕양명(王陽明)에게 주었다는 처세훈이 새삼 눈에 띈다. 경주 최부자 댁의 가훈이기도 하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선생의 번역에 따라 옮기면 이렇다. '스스로는 세속에 집착하지 않고, 남에게는 온화하고 부드럽게. 일을 당하면 단호하고 결단성 있게, 평소에는 맑고 잔잔하게. 뜻을 이루면 들뜨지 말고 담담하게, 뜻을 못 이루어도 좌절 없이 태연하게(自處超然, 處人譪然. 有事斬然, 無事澄然. 得意澹然, 失意泰然).'스스로 자처함에 초연키는 어렵다. 남과 대할 때 마냥 푸근하기도 쉽지가 않다. 일이 생기면 칼로 베듯 과단성 있게 처리해야 하는데 우물쭈물하다가 때를 다 놓친다. 일이 없을 때는 공연히 사부작거려 없을 일을 만들지 말고 해맑음을 지켜야 복이 오래간다. 아무래도 여섯 가지 중 끝의 두 가지가 제일 어렵겠다. 작은 득의에도 한없이 나부대다가 결국 제 발등을 찍고서야 끝이 난다. 잠깐의 실의 앞에 한숨으로 땅이 꺼지고 세상이 곧 끝날 듯이 군다. 태연하고 늠연한 기상을 찾아볼 수가 없다.반대로 해도 안 된다. 자처함을 애연(愛然)하게 하고 남에게 초연(超然)하면 일을 그르친다. 일이 있을 때 징연(澄然)하고 일이 없을 때 참연(斬然)하니 뒷감당이 어렵다. 득의 앞에 태연(泰然)하고, 실의에 담연(澹然)하면 회복이 힘들다.청말 좌종당(左宗棠)이 무석매원(無錫梅園) 기둥에 썼다는 대련 여섯 구도 함께 실렸다. 역시 선생의 번역에 따라 소개한다. '소원은 높게 갖고 구하며, 연분은 뜨겁지 않게 맺고, 복은 과욕하지 않는다. 높은 곳을 골라 서고, 평평한 곳에 앉으며, 넓은 곳으로 향해 간다(發上等願, 結中等緣, 享下等福, 擇高處立, 就平處坐, 向寬處行).'앞의 세 구절은 말한다. 시선은 높게, 인연은 분수에 맞게, 복은 오히려 낮춰서. 뒤 세 구절은 이렇다. 높이 올라 멀리 보고, 몸가짐은 겸손하며, 행함은 공명정대하게. 세상은 어떤가? 하등의 돈 벌 궁리에 골몰해 평탄한 대로를 두고 좁고 음험한 길을 간다. 상등의 바람을 품은 적이 없으니 높은 곳에 우뚝 서볼 일이 없다.조선비즈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08/2015090804210.html​ 
  • "대구는 최고의 청년도시죠."
    "강릉은 커피산업의 메카고요.
    "대덕은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겁니다."
    앉은 자리에서 술술 진단이 나온다. 환자 얼굴만 봐도 병을 알아보는 명의처럼, 고민에 빠진 우리나라 주요 도시들의 나아갈 방향을 척척 짚어내는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 그는 학계를 대표하는 국제문제 전문가지만,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할 정도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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