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11-11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명나라 사조제(謝肇淛·1567~1624)의 "문해피사(文海披沙)"에 보니 '세사상반(世事相反)'의 조목이 나온다. 세상일 중 상식과 반대로 된 경우를 나열한 내용이다. 떠오르는 풍경이 많아 여기에 소개한다."지위가 높은 관리는 천하일을 근심하지 않는데 초야의 사람이 도리어 근심한다. 문관은 군대 일을 자주 말하나 무관은 싸우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재주와 학식이 있는 사람은 문장에 대해 말하지 않고 학문도 없는 인간이 주로 떠든다. 부자는 돈 쓰기를 즐기지 않지만 가난한 이는 돈을 잘도 쓴다. 승려와 도사가 비린 음식을 즐겨 먹고 보통 사람이 도리어 채식을 한다. 관리의 책임을 맡은 사람은 권세가에게 휘둘리는 경우가 많은데 낮은 지방관은 도리어 군현을 장악하고 있다. 벼슬이 높을수록 물러나 쉬고 싶다고 말하고 벼슬이 낮을수록 제 공치사를 더 심하게 한다."천하 걱정으로 밤잠을 설쳐야 할 고관대작들은 제 한 몸 걱정하기 바쁘니, 아무 힘없는 재야에서 세상 걱정 짊어지느라 애들을 쓴다. 군대 문턱에도 안 가본 사람이 말만큼은 대장이다. 정작 힘깨나 쓰는 사람은 웬만하면 싸움에 나서지 않는다. 부자는 틀어쥐고 안 써서 모으지만 가난뱅이들은 생기는 족족 써서 더 가난해진다. 영문도 모른 채 흥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어디서나 비전문가들이다. 고위 공직자들은 저마다 아킬레스건이 있어서 상대의 불의를 알고도 결정적인 한 방을 못 내민다. 멋모르는 청백리만 먼 시골에서 원리원칙을 따지다가 불이익을 받는다. 제 공치사가 늘어지면 아무도 안 알아주고 물러나 쉬겠다고 투덜대면 왜 이러시냐고 더 높은 자리로 올려준다. 세상일은 참 알수록 모르겠다. 하기야 공천 받아 국회의원 되는 일이 다급한데 장관이라 한들 나랏일 걱정할 틈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무지렁이 백성들이 천하를 걱정하는 수밖에.대학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를 높여주겠다며 시간강사법의 본격적인 시행이 예고되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전국 시간강사의 명줄이 하루아침에 다 끊어질 판이다. 생색내며 도와주겠다는데 정작 도움이 절박한 사람은 죄다 죽게 생겼다.조선비즈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1/10/2015111004570.html​​
  • 2015-11-04
    ​​▲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에도 시대의 유학자 장야풍산(長野豊山·1783~1837)이 쓴 '송음쾌담(松陰快談)'에 이런 대목이 있다. "'징비록' 2권은 조선 유성룡이 지은 것이다. 문록(文祿) 연간 삼한과의 전쟁(임진왜란)에 대한 기록이 자못 자세하다. 내가 '무비지(武備志)'를 읽어보니 '조선의 유승총(柳承寵)과 이덕형(李德馨)이 모두 그 국왕 이연(李昖·선조)을 현혹해 마침내 국정을 어지럽게 만들었다'고 적어 놓았다. 유승총은 바로 유성룡인데 글자가 서로 비슷해서 잘못된 것이지 싶다. 막상 '징비록'을 보니 유성룡과 이덕형은 모두 그 나라에 공이 있다. '무비지'에서 이러쿵저러쿵 한 것은 내 생각에 분명히 모두 거짓말인 듯하나 이제 와 상고할 수가 없다."명나라 모원의(茅元儀·1594~1640)가 엮은 '무비지'에서 유성룡(柳成龍)과 이덕형을 악평한 글을 보았는데 뒤미처 유성룡의 '징비록'을 읽고는 대번에 그가 조선의 충신임을 알았다는 얘기다. 유성룡의 '징비록'이 일본에서 간행되어 널리 읽힌 정황은 원중거(元重擧·1719~1790)의 '승사록(乘�錄)'에서도 보인다.'속복수전서(續福壽全書)' 수아(守雅) 편에 실린 유성룡 선생의 말을 소개한다. "밀실에서 문을 닫아 눈을 감고 고요히 앉는다. 서책이나 응접하는 일을 다 물리고 생각을 끊고 영위함을 그쳐 심력을 기른다(密室掩戶, 閉目靜坐, 掃却書冊及一切應接之事, 斷思想絶營爲, 以養心力)." 빈방에 눈 감고 앉아 생각과 궁리를 끊고 외물을 모두 차단한 채 다만 마음의 힘을 기르겠다는 다짐이다. 말이 그렇지 눈을 감고 생각을 지우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생의 평생 경륜이 이 단사절영(斷思絶營)의 심력에서 나온 것임을 새삼 알겠다.우리는 생각과 궁리가 너무 많다. 마음의 힘은 기르지 않고 잔머리만 굴리려 드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커진다. 실력은 안 키우고 성과 거둘 욕심만 앞선다. 할 일은 안 하고 술수와 꼼수만 는다. 어른의 큰 말씀은 마음의 힘에서 나왔다. 깊이 가라앉혀 맑게 고인 생각에서 나왔다. 그것이 나라를 위한 경륜이 되고 위기를 건너가는 힘이 되었다.조선일보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1/03/2015110303775.html​  ​
  • 2015-10-28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독서보(讀書譜)"에 왕구산(王緱山)이 쓴 '일자결(一字訣)'이 실려 있다."문장에 딱 한 글자로 말할 만한 비결이 있을까? '긴(緊)'이 그것이다. 긴이란 장(丈)을 줄여 척(尺)으로 만들고, 척을 쥐어짜 촌(寸)으로 만드는 것을 말함이 아니다. 글이 꽉 짜여 빈틈이 없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옛 사람은 글의 포치(布置)는 느슨해도 결구(結構) 즉 짜임새는 촘촘했다. 지금 사람은 구성은 촘촘하나 짜임새는 엉성하다. 솜씨가 교묘한 자는 마치 준마가 시내를 단숨에 건너뛰는 것 같고, 재주가 못난 자는 노둔한 소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文章有一字訣乎? 曰緊. 緊非縮丈爲尺, 蹙尺爲寸之謂也. 謂文之接縫鬪筍處也. 古人布局寬, 結構緊. 今人布局緊, 結構寬. 巧者如駿馬跳澗, 拙者如駑牛登山.)"긴(緊)은 긴밀(緊密), 긴요(緊要), 긴절(緊切) 같은 단어에서 보듯 단단히 얽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긴 글을 쥐어짜 줄인 것이 긴(緊)이 아니다. 좋은 글은 한 글자만 빼거나 더해도 와르르 무너진다. 한유(韓愈)가 말한 "풍부하나 한 글자도 남지 않고, 간략해도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는다(豊而不餘一字, 約而不失一辭)"는 경지다.위 원문의 접봉투순(接縫鬪筍)에서 접봉은 꿰맨 재봉선(裁縫線)이 잘 보이지 않는 바느질 솜씨다. 투순은 죽순이 앞 다퉈 솟아날 때 서로 떼어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단단히 엉겨 붙어 있는 것을 말한다. 빈틈이 없이 꽉 짜여 하나가 된 상태의 비유다.여기에 다시 포국(布局)과 결구(結構)의 긴밀함과 느슨함으로 옛 사람과 지금 사람을 구분했다. 포국은 글의 전반적인 배치, 지금 말로 개요에 해당한다. 결구는 하나하나의 문장이 서로 엇짜여 빚어내는 조직(組織)이다.옛 글은 그저 읽으면 벙벙해 보여도 따져 살피면 어느 문장, 어느 글자 하나 허투루 놓인 데가 없다. 지금 글은 군사 작전하듯 개요를 작성하고 예시를 주워 모아 단단히 준비해도 막상 실전에 투입하면 여기서 새고 저기서 넘쳐 정신을 못 차리다가 스스로 궤멸하고 만다. '긴'! 빈틈없이 꽉 짜여야 좋은 글이다.조선일보​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27/2015102704638.html​ 
  • 2015-10-21
    ​▲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명나라 원황(袁黃·1533~1606)이 '간생에게 주는 문장에 대해 논한 글(與干生論文書)'에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를 꼽았다.첫째가 존심(存心), 즉 마음 간수다. "글은 마음에서 나온다. 마음이 거칠면 글이 조잡하고, 마음이 섬세하면 글도 촘촘하다. 마음이 답답하면 글이 막히고, 마음이 천박하면 글이 들뜬다. 마음이 거짓되면 글이 허망하고, 마음이 방탕하면 글이 제멋대로다(夫文出于心, 心粗則文粗, 心細則文細. 其心鬱者其文塞, 其心淺者其文浮. 其心詭者其文虛, 其心蕩者其文不檢)." 글은 마음의 거울, 글에 그 사람이 훤히 비친다.둘째는 양기(養氣), 곧 기운 배양이다. "기운이 온화하면 글이 잔잔하고, 기운이 가득 차면 글이 화창하며, 기운이 씩씩하면 글이 웅장하다. 글을 지으려면 먼저 기운을 길러야 한다(盖氣和則文平, 氣充則文暢, 氣壯則文雄. 凡欲作文, 須先養氣)." 평소에 기른 호연지기(浩然之氣)가 글에 절로 드러나야 한다.셋째는 궁리(窮理)다. "이치가 분명하면 표현이 명확하고, 이치가 촘촘하면 글이 정밀하며, 이치가 합당하면 글이 정확하다. 이치가 주인이라면 표현은 하인에 불과하다. 주인이 정밀하고 밝은데 하인이 명을 따르지 않는 경우란 없다(理明則詞顯, 理密則詞精, 理當則詞確. 理譬則主人也, 詞譬則奴僕也. 未有主人精明, 而奴僕不從令者)." 어떤 문장력으로도 허술한 생각을 살릴 수는 없다.넷째 계고(稽古)는 옛 글을 익혀 자기화하는 과정이다. "정밀하게 골라 익숙히 익혀 아침저녁으로 아껴 외운다. 틈날 때마다 옛 글을 읽으면 내 글 속에 절로 옛 글의 풍격이 스며든다(精擇而熟參之, 朝玩暮諷, 使古文時在唇吻間, 則出詞吐氣, 自有古風)." 이 노력이 없으면 말투나 흉내 내다 작대기글로 끝난다.다섯째 투오(透悟)는 깨달음이다. "육예(六藝)의 학문은 익숙하지 않으면 깨달을 수 없고, 깨닫지 않고는 정밀함이 없다(凡六藝之學, 不熟則不悟, 不悟則不精)." 끝없는 반복으로 온전히 자기 것이 되면 언제 오는지도 모르게 깨달음이 내 안에 쏙 들어온다.이상 다섯 가지의 바탕 위에서 나온 이런 글이라야 천하무적이다.조선일보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20/2015102004284.html​
  • 2015-10-14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강필효(姜必孝·1764~1848)가 남긴 '어록'의 한 대목이다. '배움에는 삼환사실(三患四失), 즉 세 가지 근심과 네 가지 잃음이 있다. 미처 알지 못할 때는 듣지 못함을 근심하고, 듣고 나서는 배우지 못함을 근심하며, 배운 뒤에는 행하지 못함을 근심한다. 이것을 일러 세 가지 근심이라 한다. 혹 너무 많은 데서 잃고, 혹 너무 적은 데서 잃으며, 혹 너무 쉬운 데서 잃고, 혹 중도에 그만두는 바람에 잃는다. 이를 두고 네 가지 잃음이라 한다.'(學有三患四失, 未聞患弗聞, 旣聞患弗學, 旣學患弗行, 斯謂之三患. 或失之多, 或失之寡, 或失之易, 或失之止, 斯謂之四失.)공부하는 사람이 놓지 말아야 할 점검처와 놓치기 쉬운 지점을 쉽게 말했다. 몰라 안타깝고, 알면 배워 익히며, 익힌 뒤엔 실행에 옮긴다. 배우고도 실천에 옮길 뜻이 없다면 애초에 안 배우는 것이 낫다. 알고도 배울 마음이 없다면 아예 안 듣느니만 못하다. 몰라도 아쉬울 게 없으면 무지렁이 밥벌레로 살면 된다.깨달아 알고, 배워 행할 뜻을 품었거든 다음 네 가지 문제에 걸려들지 않게 조심한다. 아는 게 너무 많으면 공부가 잡다해져 몰입을 방해한다. 든 게 너무 없어도 실마리를 못 잡고 헤맨다. 쉽다고 우습게 보면 거기에 걸려 넘어진다. 공부는 일상의 손쉽고 가까운 의리에서 출발해서 끝난다. '이만하면 됐지' 하는 순간 그간의 공부가 와르르 무너진다.다시 덧붙인다. '군자는 사요(四要), 즉 네 가지 요점을 붙들어야 한다. 마음은 맹렬히 살펴야 하고, 뜻은 굳게 붙들어야 한다. 몸은 진득이 무거워야 하고, 기운은 떨쳐 펼 수 있어야 한다.'(君子有四要, 心要猛省, 志要堅持, 軆要凝重, 氣要振發.) 반성 없이 발전 없고, 굳셈이 아니고는 뜻을 못 세운다. 몸가짐은 묵직하게, 하지만 기상은 높아야 한다. 한 번 더 쐐기를 박았다. '오늘 안 하고 내일도 안 하니 마흔에도 한 것이 없다. 쉰부터 쇠약해진다. 쇠약이 쌓여 늙고, 늙음이 누적되면 죽는다. 그래서 군자는 죽을 때까지 이름이 일컬어지지 않음을 미워한다고 하는 것이다.'(今日不做, 明日不做, 四十無聞, 五十始衰. 積衰成老, 積老成死, 故曰君子疾沒世而名不稱.)조선일보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13/2015101304252.html​  ​
  • "대구는 최고의 청년도시죠."
    "강릉은 커피산업의 메카고요.
    "대덕은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겁니다."
    앉은 자리에서 술술 진단이 나온다. 환자 얼굴만 봐도 병을 알아보는 명의처럼, 고민에 빠진 우리나라 주요 도시들의 나아갈 방향을 척척 짚어내는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 그는 학계를 대표하는 국제문제 전문가지만,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할 정도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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