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이 끝? 괴테 전집 14권 번역 시작합니다"

 

정년퇴임하는 독문학자 전영애 

15일 서울대서 공개 고별 강의… 동양인 여성 첫 괴테 금메달 수상 

"정진하면 인문학에도 길 있어" 

 

"70년대 학부생 시절 친구들 여럿이 감옥에 있었어요. 저는 그들만 한 용기가 없어 책상 앞에라도 앉아 있다 보니 결국 여기까지 왔네요."

전영애(65)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임한다. 1996년부터 20년간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2011년에는 동양인 여성 최초로 괴테 금메달을 받았다. 독일 바이마르 괴테학회가 1910년부터 괴테 연구에 이바지한 사람들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였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작품으로 독일 문학에 첫발을 들였어요. 독일어에 명()을 걸게 된 건 파울 첼란의 시를 읽고부터였죠." 첼란은 유대인 혈통의 시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 때 강제수용소에서 가족을 잃고 가까스로 살아남아 자신과 민족의 고통을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제가 독일에서 첼란을 공부할 때 고국에서는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났어요. 그의 작품이 엄혹한 시절의 우리에게도 울림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전 교수는 1986년 국내 처음으로 첼란의 시에 관한 이론서를 펴냈다.


8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전영애 독어독문학과 교수는“처음 임용됐을 땐‘하고 싶은 연구 다 하는 순간 바로 물러나야겠다' 생각했는데 정년을 맞고 보니 오히려 그때보다 공부할 게 훨씬 더 많아져 있더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괴테 연구는 독일 통일 이후부터 시작했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동독 분단 문학을 한창 연구하던 때 서독과 동독이 통일을 이뤘어요. 이전까지 금서(禁書)였던 동독 책이 한국에 많이 들어왔죠. 그만큼 연구자도 늘다 보니 굳이 제가 아니어도 이 분야를 밝혀 줄 분들이 많겠더라고요. 그래서 독일어 시 자체를 연구하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더니 결국 원류(源流)인 괴테에 이르게 되더군요." 2009년 최민숙 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 교수와 괴테의 자서전 '시와 사랑'을 공역(共譯)했고, 같은 해 국내 최초로 '괴테 시 전집'을 번역해 펴냈다.

전 교수는 퇴임 이후에도 괴테 연구에 매진한다. 올해는 영어판을 중역(重譯)하거나 기존 한글 번역본을 참고하지 않고 '파우스트' 원전을 새로 번역해 출간할 계획이다. "파우스트는 음악이 있는 운문(韻文)이에요. 기존 번역들은 대개 리듬을 죽이고 산문(散文)으로 번역했죠. 독일 시를 전공한 만큼 원어의 시적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어요."

14권 분량에 달하는 괴테 전집도 번역한다. "중국에서는 괴테 전집을 국가 주도로 번역하고 있어요. 그만큼 방대하고 어려운 작업이라 개인이 괴테 전집을 모두 번역한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죠. 하지만 저는 그간 책 5권 분량에 달하는 가장 어려운 부분을 다 우리말로 옮겨 뒀으니 단독 번역도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것 같아요."

전 교수는 15일 서울대에서 '나의 책들, 나의 길들'을 주제로 공개 고별 강연을 한다. 부임 이래 20년간 해온 강좌 '독일 명작의 이해'를 총정리하는 자리다. 프란츠 카프카, 토마스 만, 헤르만 헤세 등 독문학 거장들의 작품을 읽고 감상문을 쓰는 이 수업은 서울대생들 사이에서 명강의로 꼽혀 왔다.

"함께한 학생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며 마지막 격려의 말을 남기고 싶어요. 한때는 저 역시 제가 택한 전공에 미래가 없다 생각해 전과나 학사 편입을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묵묵히 최선을 다해 걷다 보니 어느새 제 발 아래 길이 생겨나 있더군요. 놓여 있어야만 길이 아닙니다. 발을 딛는 곳은 어디든 길이 될 수 있다는 것, 제가 평생 독문학자로 살며 얻은 깨달음입니다."


 

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6/10/2016061000785.html

 

"대구는 최고의 청년도시죠."
"강릉은 커피산업의 메카고요.
"대덕은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겁니다."
앉은 자리에서 술술 진단이 나온다. 환자 얼굴만 봐도 병을 알아보는 명의처럼, 고민에 빠진 우리나라 주요 도시들의 나아갈 방향을 척척 짚어내는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 그는 학계를 대표하는 국제문제 전문가지만,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할 정도로 지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