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의 비밀책장] 아버지에게 전화해 묻고 싶었다… "그곳엔 잘 도착하셨어요?"

데이비드 실즈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지난 4월, 3년간 쥐고 있던 신작 원고를 끝낸 다음 날이었다. 새벽 2시경,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았다. 멱살을 잡히듯 일어나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아버지는 잠든 것처럼 침대에 누워 계셨다. 믿기지 않았다. 큰 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건강검진차 입원했다가 돌아가시다니. 친척 어른들은 '호상'이라는 말로 얼이 빠진 우리 네 남매를 위로했다. 두려움이나 고통 없이 가셨으니 당신에겐 '복'이 아니겠느냐고.

아버지는 선산 납골당에 안치됐다. 26년 만에, 먼저 떠난 아내와 나란히 눕게 된 셈이었다. 우리는 두 분 사이에 아버지의 휴대전화를 놓아두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남동생이 그러자, 해서 그리했을 뿐. 일주일 후, 나는 중국 선전에 가 있었다. 일과를 끝낸 후, 멍한 심정으로 야외 민속공연장에 갔고 공연을 기다리는 중에 달이 떴다. 왜 그랬을까. 환하게 웃는 듯한 보름달을 올려다보다 휴대전화를 꺼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소리가 울린 후, 수화기 저편에서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로소 아버지의 죽음이 실감났다. 나중에, 동생들 역시 각자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봤다는 걸 알게 됐다. 나와 같은 안내 멘트를 들었고, 같은 기분을 느꼈으며, 같은 말을 묻고 싶었다는 것도. 아버지, 잘 도착하셨어요?

"아버지는 내 입과 내 타자기에서 흘러나오는 단어들을 사랑하라고 알려주었고, 내가 내 몸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사랑하라고, 다른 누구의 거죽이 아니라 내 거죽에 담겨 있는 사실을 사랑하라고 알려주었다."

데이비드 실즈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이 책을 어떤 장르라고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다.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이자 편집자인 작가가 '죽음을 주제로 생물학과 인문학과 개인사를 뒤섞어 풀어낸 회고록'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까. 참고로 한 잡지는, 감상주의를 걷어낸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같다고 평했다. 유년기와 아동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와 죽음,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으로 건조한 유머와 매정한 진실들이 독자의 갈비뼈를 툭툭 내찌른다. 우리가 죽음 앞에서 아무리 억울해해도 신은 콧방귀도 끼지 않는다고. 그러니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삶을 사랑하라"고.

선전에서 이 책을 읽었다. 읽는 내내 기묘한 위안을 받았다. 아버지의 응답을 받은 느낌이었다. 나, 잘 있다. 너도 네 인생을 잘 살다 오너라.

정유정 소설가

 

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28/2016052800265.html​


 

"대구는 최고의 청년도시죠."
"강릉은 커피산업의 메카고요.
"대덕은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겁니다."
앉은 자리에서 술술 진단이 나온다. 환자 얼굴만 봐도 병을 알아보는 명의처럼, 고민에 빠진 우리나라 주요 도시들의 나아갈 방향을 척척 짚어내는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 그는 학계를 대표하는 국제문제 전문가지만,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할 정도로 지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