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12-13
    ​연말이다. 해외 주요 언론들은 2014년을 결산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북 리뷰도 포함된다.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 이코노미스트 같은 유력지들이 지난 주 각각 한 해 동안 가장 주목할 만한 책들을 발표했다. 이 중 복수로 추천된 경제, 경영, 역사서 네 편을 골라 소개한다. [편집자주]​야망의 시대(Age of Ambition)Evan Osnos 지음|Farrar, Straus and Giroux|416쪽|킨들판 15.66달러저자 에반 오스노스(37)는 탐사보도 전문 기자다. 현재 미국의 고급 시사잡지 뉴요커의 워싱턴 주재 기자로 정치외교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2005~2013년 일간 시카고 트리뷴과 뉴요커 중국 특파원으로 일했다. 2008년 시카고 트리뷴에서 일할 때 탐사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시카고 트리뷴의 중동 특파원으로 이라크 전쟁을 취재한 적도 있다. 영국 런던 출생으로 하버드대를 졸업했다.이 책은 그가 8년간 베이징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중국 젊은이들의 신보수주의 성향을 관찰한 결과물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2014년 베스트 북에 들었다. 저자는 지금의 중국을 세 가지 키워드로 해석한다. 부(富), 진실, 신앙이다. 40년 간의 가난에서 벗어나 황금시대를 만난 '부(富)', 국가의 선전이나 검열에 도전하는 '진실', 그리고 중국 공산당 밖에서 도덕성의 근거를 찾는 '신앙'이다. 부제가 '새로운 중국 시대의 부, 진실, 신앙 추구'이다.현대 중국인을 대변하는 인물들의 삶이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설치미술가 겸 인권 운동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 대만의 젊은 군인에서 중국의 주요 경제정책가로 변신한 린이푸(林毅夫) 전 세계은행 부총재, 수감 중인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 등의 사례를 든다.중국 정부는 '중국의 꿈'을 내세워 대중을 통제하려 한다. 하지만 개인들은 이러한 '전체주의'에 반발한다. 저자는 개인주의와 전체주의, 자유분방한 자본주의로 움직이는 중국의 여러 상반된 모습이 결국에는 한 가지를 이야기한다고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존재나 가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보여준다는 것. 중국의 방대한 규모나 역사를 고려할 때 중국을 '하나의 진실'로 축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다양한 통계자료를 인용해 신뢰를 높였다. 1949년 중국인의 평균수명은 36세였고 문맹률이 80%에 달했다. 2012년에는 각각 75세와 10%로 개선됐다. 2005년 미국 사립고교의 중국인 유학생은 65명에 그쳤지만, 5년 후 7000명으로 늘었다.과거 서방의 시선으로 본 중국의 미래 예측들은 대체로 암울했다. 돌이켜보면 빗나간 전망이 많았다. 저자는 여지껏 경험해 보지 못한 규모와 속도에 대한 예측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어둡게 본 이유는 남들이 수백년 만에 이룬 발전을 중국은 몇십년 만에 압축적으로 이루면서 생긴 부작용들이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는 중국의 미래가 충분히 밝다고 말한다.최대한 중국 내부의 시선으로 상황을 해석하려는 저자의 시도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동서양의 어느 기자보다도 새로운 중국에 대해 흥미롭게 꼬집어냈다"고 평했다.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의 한 서점을 찾아 샀던 책이라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2014-12-06
    ​​The Original Folk and Fairy Tales of the Brothers Grimm: The Complete First Edition’|Jacob & Wilhelm Grimm|Princeton Univ. Press|568쪽|킨들판 21.25달러우리가 알고 있는 그림 형제의 동화집에는 여러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아득한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들은 말 그대로 선남선녀처럼 아름답게 그려진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내용도 장밋빛 로맨스와 꿈 같은 사연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실은 독일어 원작 초판이 나올 때는 딴판이었다. 아동 폭력, 친자 살해 같은 괴담이 적지 않았고, 이야기는 붉은 선혈과 폭력, 공포로 얼룩져 있었다.'라푼젤(Rapunzel)'의 주인공 소녀 라푼젤만 해도 많이 알려진 번역본에서는 청순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원작 초판에서는 왕자의 아이까지 임신했다. 또 다른 동화 백설공주도 마찬가지다. 여왕이 숲 속의 백설공주를 찾아가 독사과로 죽이려 하는 악녀로 나오지만, 사실은 공주의 생모이면서 친딸을 살해하려 든 패륜의 인물이었다. 또 다른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의 어머니는 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를 죽일 거야. 그래야 먹을 것을 얻을 수 있어.”그림 형제의 '그림 동화(Grimm's Fairy Tales)' 초판이 200년 만에 처음으로 최근 미국에서 무삭제본으로 번역돼 나왔다.독일의 야콥(1785∼1863)과 빌헬름(1786∼1859) 그림 형제가 ‘그림 동화’ 1권 초판을 낸 것은 1812년 12월. 이 작품으로 일약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 뒤이어 1815년에 2권이 나왔다. 오늘날 가장 잘 알려진 것은 1857년에 출간된  7판이다. 이 때까지도 그림 형제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아동친화적으로 다듬었다. 처음 내용에 기독교와 관련한 내용이 더해지고 이단적인 요정에 대한 묘사는 빠졌다.번역자인 미네소타대의 잭 자이프스(Jack Zipes) 독일어 비교문학 명예교수는 “그림 형제는 초판에 100여 가지 이야기를 실었지만, 그 뒤 내용을 순화해서 바꿨다. 그래서 지금 영어권과 독일어권 독자들에게 친숙한 버전은 초판의 이야기와 완전히 다르다”고 가디언에 말했다.이번 번역본은 프린스턴대 출판부에서 출간했고, 미국의 비주얼 아티스트인 안드레아 데조가 삽화를 그렸다. 잘 알려진 이야기들의 아주 다른 면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섬뜩한 새 이야기들도 들어 있다.가령, 제목부터 살벌한 ‘도살의 순간 아이들이 어떻게 놀았나(How Some Children Played at Slaughtering)’ 같은 이야기도 있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돼지 역할을 하면서 정육점 주인과 노는 장면이 나온다. 이야기의 결말도 끔찍하다. 한 소년이 남동생의 목젖을 자르고, 화가 난 엄마는 아이의 심장을 찌른다. 그 사이 또 다른 아들은 욕조 안에서 익사한다.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된 엄마는 결국 남편이 집 밖으로 나갔을 때 스스로 목을 맨다. 남편도 크게 낙담해 곧 죽는다.국내에도 잘 알려진 동화 ‘라푼젤’의 경우에도 원작에는 ‘19금’ 내용이 들어있었다. 마녀의 저주로 높은 옥탑방에 갖힌 황금빛 긴 머리 소녀 라푼젤은 왕자의 구출을 받은 후, 탑 안에서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눈다. 그때 그녀의 대사는 이랬다. “내 옷이 왜 이리 꽉 끼게 됐는지 말해 주세요. 이것들이 더이상 내 몸에 맞지 않네요.”초판 신데렐라에 나오는 의붓자매들의 구애 경쟁도 살벌했다. 왕자의 사랑을 차지하려고 경쟁하는 중에, 황금 슬리퍼를 발에 맞추려고 애를 쓰는 장면이 나온다. 자이프스 교수의 번역본에서는 의붓자매의 어머니가 서둘러 이렇게 재촉한다. “여기 칼이 있다” “슬리퍼가 아직도 꽉 끼면 발의 일부를 잘라내라. 조금 다치겠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니?”'백설공주'와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의붓어머니들도 사실은 아이들의 친모였다. 초판의 내용이 ‘신성한 모성(母性)’에 흠을 냈기 때문에 그림 형제는 나중에 나온 판에서 내용을 바꿨다고 자이프스 교수는 설명한다. 백설공주 속에서 친모는 사냥꾼에게 “그녀를 찔러 죽이고, 폐와 간을 증거물로 가져와라. 나는 그것에다 소금을 뿌리고 요리를 해서 먹겠다”라고 지시한다. 헨젤과 그레텔을 숲 속에 버리고 온 것도 그들의 생모였다.이런 초판과 후속판의 차이는 당대의 사회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자이프스 교수는 “그림 형제들이 이야기에 변화를 준 것은 당시 팽배했던 사회적 상황, 즉 젊은 의붓어머니와 딸 사이의 질투를 반영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는 “18~19세기에는 많은 여자들이 아이를 낳다가 죽었고, 아버지가 큰 딸과 비슷한 나이의 젊은 여자와 재혼한 사례가 많았다”고 했다. 
  • 2014-11-08
    ​How We Got to Now: Six Innovations That Made the Modern WorldSteven Johnson|Riverhead Hardcover|304쪽|킨들판 16.66달러​​저자 스티븐 존슨은 미국에서 잘 나가는 과학 분야 전문 저술가다. 문명과 사상의 역사에 밝고 스토리텔링에 능하다. ‘퓨처 퍼펙트’(2012)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나’(2010) 같은 저서로 전문가들의 호평과 대중적 인기를 함께 얻었다. 이번 책도 출간 직후부터 영미권 주요 매체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특히 이 책의 내용은 미국과 영국의 공영방송인 PBS와 BBC TV와 공동으로 6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제작돼 이달 중순부터 방송되고 있다.이 책에서는 오늘날 우리 생활에 가장 심대한 영향을 끼친 6가지 범주의 기술 발달을 이야기한다. 선별된 6가지 기술 범주는 ①유리(glass) ②냉기(cold) ③소리(sound) ④위생(clean) ⑤시간(time) ⑥빛(light)이다. 각각의 범주에 속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처음 생겨나고 발전했으며, 우리 사회에는 어떤 다기한 변화를 가져왔는지 추적한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망라한다. 기술 발전이 인간 사회에 어떤 선과 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보였는지, 그 부산물들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조명한다. 다루는 범위가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아우르고 있어 그야말로 대하 드라마다.저자는 역사의 진보를 이끌어온 많은 혁신들이 어떤 ‘유레카’ 같은 순간의 산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발명가와 기업가들의 네트워크가 빚어낸 산물이었고, 오랜 시간 성숙의 과정을 거친 결실이었다.​발명가 자신은 종종 자기가 발견했거나 발명한 것의 파장이 얼마나 크고 넓을지 예상하지 못한다. 가령 에두아르드-레온 스캇 드 마틴빌은 1850년대에 소리의 자취를 녹음하기 위한 기계를 발명했다. 하지만 녹음한 소리를 재생하는 메카니즘은 몰랐다. 그는 그저 미래 언젠가는 우리가 악보를 읽어들이는 것처럼 녹음된 소리의 자취도 해독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최근 오디오 엔지니어들은 그의 최초 ‘녹음’을 재생하는 데도 성공했다.발명은 흔히 예측 불허의 결과로 출현했다. 혁신은 또한 여러 분야로 곁가지를 뻗는데, 그 역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당대의 가장 영리한 예견자들조차 미래가 어떻게 진화할지를 예측하는 데는 허당이었다. 한 가지 기술이라고 해서 어느 한 영역만 바꿔놓는 법도 없었다. 다른 여러 분야를 뒤집고 흔들었다. 그것은 수세기를 내려가면서 드넓게 반향을 일으켰다.가령, 인쇄술의 예를 들어보자. 그것이 역사에 미친 몇 가지 영향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1400년대에 발명돼 서적, 신문, 잡지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했다. 덕분에 문맹률도 급감했고 출판 같은 신사업도 생겨났다. 언론 출판이 꽃피면서 정치질서에도 변화를 가져오는 밑돌이 됐다. 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했다.하지만 같은 인쇄술이 유리 제조 혁명에 불을 붙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내막은 이렇다. 인쇄술의 발달로 출판물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다양한 인쇄물을 읽기 위해 안경이 필요했다. 그전까지 읽을 게 별로 없던 시절에는 중년의 시력 감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안경이 드물게 있긴 했지만 구하기 어려웠고 비쌌다.하지만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안경 제조 산업은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유리 장인들은 다양한 안경을 개발했다. 1590년이 되면 렌즈를 다듬어 아주 미세한 것까지 볼 수 있는 현미경을 만드는 법을 알아냈다. 또 한 세대 뒤에는 망원경으로 멀리 떨어진 거대한 물건까지 볼 수 있는 도구까지 만들어 냈다.망원경이 나오면서 인간과 지구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에 대한 이해에도 변화가 왔다. 현미경의 발명은 의약에도 비약적인 도약을 낳았다. 결국에는 새로운 종류의 렌즈가 미디어에 대한 정의까지 바꿔놓았다. 미디어에는 렌즈를 활용한 사진과 영화, TV까지 포함시키게 되었다.또다른 냉동 기술의 여파만 해도 광범위하다. 에어컨 설비가 개발되면서 비로소 미국의 선벨트(남부 북위 약 37도 이남 지역)도 살 만한 곳이 됐다. 그러자 은퇴자들이 이곳을 노후 생활의 배후로 삼기 시작했다. 정치 권력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는 현상까지 생겼다. 오늘날 정자 은행이 생긴 것도 냉동 기술 덕분이었다. 이것은 더 많은 여성에게 임신 기회를 선사했다. 그 결과 결혼과 부모라는 통념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이 책에는 다른 곳에서 쉽게 보지 못한 숨은 일화가 많이 소개된다. 1850-60년대에 미국 시카고에서는 건물들을 지반에서 들어올린 적이 있다. 하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시카고는 지형은 너무 편편했다. 어디에도 자연적인 경사지가 없어 하숫물이 잘 빠지지 않았다. 특히 중서부의 혼잡한 육류 센터는 쓰레기 악취가 진동했다. 구제책이 절박했다. 결국 도심 건축물들을 잭으로 들어올리는 방안이 제시됐다.오늘날 청결은 생활의 필수 항목이 됐지만 19세기 중반만 해도 달랐다. 당시 사람들 대부분은 목욕에 대한 관념이 희박했다. 규칙적으로 몸을 씻을 수단도 없었다. 그뿐 아니라 그런 행위는 오히려 의학적으로 해롭다는 통념이 자리잡고 있었다.각 챕터마다 이처럼 생생한 사건과 일화들을 퀼트처럼 엮어 붙였다. 유리를 다룬 챕터에서는 베니스의 유리 세공업자 이야기를 비롯해 망원경, 현미경의 발명이 등장한다. 냉기의 경우, 고대 얼음집에서 시작해 근대의 발명품인 냉장고, 다양한 식음료의 냉동 보관 및 수송 기반들이 포함된다. 소리에 대한 설명은 구석기 시대 부르고뉴 지방 동굴 거주민의 울림에서 시작해 주술 음악, 축음기의 발명, 음악과 도시 소음, 레이더 초음파 기술까지 이야기된다.청결은 도시가 질병의 위협에서 벗어나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으로 중요하게 다뤄진다. 시간은 초기 점성술부터 산업혁명기의 시계, 근대 컴퓨터의 극초 단위, 오늘날 아마존의 베조스가 동부 네바다 산악지대에 짓고 있는 ‘롱 나우’ 시계까지 포괄한다. 빛을 이야기하는 챕터에서는 촛불의 사용부터 인공 조명에 따른 현대인의 수면 주기 변화까지 거론되는 식이다.각 기술의 발달 과정에서 초기 발명과 후대의 개선에 기여한 사람들의 인간적인 헌신과 천재성, 시행착오들, 어리석음과 난관들을 세세하게 기술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저자가 전하는 궁극의 메시지는 기술 발전이 결코 단선적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또한 혁신은 언제나 ‘무’가 아닌 ‘근접한 가능성’에서 일어났다고 말한다. 여러 누적된 노력이 쌓여 때가 무르익었을 때 비로소 모든 새로운 가능성을 활짝 열어 보였다는 것이다.가령 철도에 대해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이 아무리 구상을 해도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요소가 합쳐지기 전까지 철도는 등장하지 못한다. 여기에는 인간의 다른 노동이 필요하고 더 넓은 차원의 사회적 힘들이 더해져야 비로소 제대로 된 발명의 형태가 갖춰진다. 혁신은 언제나 다양한 경험과 탐구심, 당대 산업기술의 발전이 합쳐져 나온 것이었다.저자는 어떤 혁신 기술이 발명되는 것을 벌새에 비유한다. 벌새는 동물의 왕국 슬로모션 장면에서 자주 보듯이, 공중에 떠서 꽃술에서 꿀물을 빨아먹는 데 익숙한 아주 가벼운 새다. 독특한 비행 메카니즘을 진화시켜 꽃봉우리 옆을 떠있으면서 벌레처럼 꽃물을 빨아먹을 수 있게 됐다. 비행술의 혁신이다. 꽃과 벌레가 함께 공생하며 진화하는 중에, 난데없이 끼어든 불청객이다. 진화 서열 상으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끼어든 종이다. 혁신은 그런 것이다.이런 비유는 오늘날에도 기술과 혁신을 읽는 유용한 통찰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 역시,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컴퓨팅의 성장과 더불어 세계를 아주 넓게 뒤바꿔 놓을 것임에 틀림없다.​​
  • 2014-10-18
    ​ The Innovators: How a Group of Hackers, Geniuses, and Geeks Created the Digital Revolution’ Walter IsaacsonㅣSimon & Schusterㅣ569쪽ㅣ킨들판 10.49달러‘스티브 잡스’ 평전으로 유명한 논픽션 작가 월터 아이작슨(62)의 신간이다. 타임 편집장 출신의 아이작슨은 이미 전기 작가로 대가 반열에 올라 있다. 잡스 평전에 앞서 이미 아인슈타인과 벤저민 프랭클린, 키신저 전기로 호평을 받았다. 전작들이 하나같이 특별한 개인의 일대기를 다룬 데 반해, 이번 책은 집단의 협력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디지털 혁명은 어느 개인의 결실이 아니라 여러 층위 다양한 사람들의 협업의 산물이었음을 이야기한다. 본인도 이 책에는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출간되기도 전에 올해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컴퓨터와 인터넷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발명에 속한다. 하지만 누가 그것을 만들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잡지 표지를 홀로 장식하거나, 에디슨과 벨, 모스와 더불어 IT 위인 전당에 들 만한 1인의 발명가가 다락방이나 차고에서 뚝딱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오히려 디지털 시대의 혁신 대부분은 여러 사람의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거기에는 수많은 뛰어난 사람들과, 약간의 재능있는 사람들, 몇몇 천재들까지 포함된다. 이 책은 이런 개척자와 해커, 발명가, 기업가들의 이야기다. 이들이 어떤 사람이고, 이들의 생각은 어떻게 작동했으며, 이들은 어떻게 그토록 창의적일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이들이 어떻게 협력했으며, 어떻게 해서 팀을 이뤄 일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 훨씬 더 창의적이 될 수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이들의 팀웍에 대한 이야기가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는 종종 그와 같은 팀웍의 기술이 혁신에 얼마나 중심적인 자리를 차지하는지 간과하곤 한다. 우리 같은 전기 작가들이 고독한 발명가로 그렸거나 신화화한 인물을 찬미하는 책들은 수도 없이 많다. 나 자신도 그런 책을 몇 권 써낸 적이 있다.‘발명한 사람(the man who invented)’이라는 구절을 아마존 검색 창에 쳐보면 1860권이 뜬다. 반면 ‘협력을 통한 창의력’에 관한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적다. 하지만 실제로는 협력을 통한 창의력이 오늘날 기술 혁명의 발생 과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훨씬 더 중요하다. 그것은 더없이 흥미롭기도 하다.오늘날 우리는 혁신에 대해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을 한다. 그러다 보니 혁신이라는 말 자체가 명확한 의미는 잃어버린 유행어가 돼버렸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통해 혁신이 실제 세계에서는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보여주려고 한다. 우리 시대의 가장 창의적인 혁신가들은 현실을 뒤흔든 아이디어들을 어떻게 현실에 구현할 수 있었던가? 나는 디지털 시대의 가장 중요한 돌파구가 된 10여 가지와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다.그들의 어떤 요소들이 합쳐진 결과 창의적 도약이 생겨날 수 있었나? 그 중에서도 어떤 수완(skills)들이 가장 유용한 것이었던가? 또한 그들은 어떻게 이끌고 협력했던가? 왜 어떤 사람은 성공하고 다른 사람은 실패했나?혁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 사회적 문화적 힘도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시대가 탄생하기까지는 연구 환경과 생태계도 일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출이 필요했고, 군-산-학 협력에 의한 관리도 중요했다. 여기에 공동체 조직 기획가들, 공동체 의식이 강한 히피들, 자조정신이 강한 도락가들, 토종 해커들이 느슨한 연대를 함께 형성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중앙집중화된 권위를 의심했다.디지털 혁신의 역사는 보기에 따라서는 특정 개인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쓸 수도 있다. 일례로, 첫번째 대형 전기 컴퓨터인 하버드/IBM 마크 I의 발명 과정을 보자. 그것을 만든 프로그래머들 중 한 명인 그레이스 호퍼는 그 컴퓨터 개발의 주역인 하워드 에이켄에만 초점을 맞춰 역사를 기술한 적이 있다.IBM은 거기에 대응해, 컴퓨터를 구현하기까지 점진적인 혁신에 기여한, 계산 기능 담당자부터 천공 카드 공급자들까지 무명의 엔지니어 팀을 조명한 역사를 썼다. 마찬가지로, 위대한 개인과 그것을 낳은 문화 중에서 어디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거리였다. 19세기 중반, 토마스 카알라일은 “세계의 역사는 위대한 사람들의 전기일 뿐”이라고 했다. 반면, 허버트 스펜서는 사회적 요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론을 맞세웠다.학자이냐 실천가이냐에 따라 시각이 달라지기도 한다. 학계와 외교 현실을 오간 헨리 키신저는 1970년대 중동국들을 순방하던 중에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교수 입장에서 나는 역사가 비인격적인 힘에 의해 좌우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역사를 실천적인 면에서 보자면 사람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경우를 본다.” 디지털 시대 혁신의 경우에도 키신저가 말한 중동 평화 구축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개인과 문화적 힘이 함께 작용한다. 이 책에서 나는 이 모두를 함께 교직하려고 했다.인터넷은 원래 협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구축된 것이었다. 반면, 퍼스널 컴퓨터, 특히 가정에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것은 개인의 창의력을 위한 도구로 고안됐다. 1970년대초에 시작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터넷 네트워크와 가정 컴퓨터의 발달은 서로 분리된 채로 진행돼 왔다. 이 둘은 1980년대 후반에 와서 모뎀과 온라인 서비스, 웹의 등장과 더불어 비로소 합쳐지기 시작했다.증기 기관이 창의적인 기계류와 결합되면서 산업 혁명을 낳은 것과 같이, 컴퓨터와 분산된 네트워크가 결합되면서 디지털 혁명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누구나 어디서든 어떤 정보라도 제작해서 유포하고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과학 역사가들은 때때로 거대한 변화의 시기를 혁명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한다. 가치판단이 개입된 표현인 진보로 보기보다는 진화로 보는 것을 선호한다. 스티븐 샤핀 하버드대 교수는 과학사에 관한 책을 쓰면서 “과학 혁명 같은 것은 없었다. 이 책은 그것에 관한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한 적이 있다.오늘날 우리 대부분은 지난 반세기 디지털의 발전이 혁명적인 것이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나 자신부터가 각각의 새로운 혁신을 접했을 때마다 느꼈던 흥분을 떠올릴 수 있다. 나의 아버지와 삼촌들이 모두 전기 기술자였다. 나도,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 다수와 마찬가지로, 지하 작업실에서 컸는데, 거기에는 납땜용 회로기판, 해체된 라디오, 시험용 진공관, 트랜지스터와 저항기를 분류해서 담아놓은 상자 따위가 있었다.히스킷(미국 히스킷사의 진공관앰프)과 아마추어 무선 라디오를 사랑했던 전자기기광이었던 나는 진공관이 트랜지스터에게 자리를 넘겨준 때를 기억할 수 있다.대학에서 나는 천공 카드를 사용한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고통스럽던 일괄처리 방식이 즐거운 수작업 조립방식으로 바뀌어 간 때를 기억한다. 1980년대 모뎀과 더불어 온라인 서비스와 뷸레틴 보드의 마술 같은 영역이 펼쳐졌던 때는 전율했다. 1990년대초에는 주간지 타임과 타임 워너사의 디지털 부서에서 새로운 웹과 광대역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거들었다.워스워드가 프랑스 혁명이 시작될 때 그것을 지켜본 열광자들을 두고 이렇게 썼다. “그 여명이 틀 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었다.” 디지털 혁명기의 내가 그랬다.나는 이 책에 대한 작업을 10년도 더 전에 시작했다. 집필 동기는 내가 목격한 디지털 시대의 진보에 대한 열광에서 자라난 것이기도 하지만, 벤자민 프랭클린 전기를 쓰던 중에 생긴 것이기도 했다. 프랭클린은 혁신가이자 발명가이자 출판가였으며, 우편서비스 개척자이자 전방위 정보망 구축자이자 기업가였다.나는 앞서 개인의 전기들을 집필하는 동안에도 한걸음 물러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전기는 한 개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The Wise Men’과 같은 다수의 협력을 조명한 책을 다시한번 써보고 싶었다. 그 책은 냉전 시대 미국의 정책 틀을 잡았던 6명의 창의적인 팀워크에 관해 내가 동료와 함께 쓴 것이었다.맨처음 내 계획은 인터넷을 발명한 팀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다. 하지만 빌 게이츠를 인터뷰하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인터넷과 퍼스널 컴퓨터가 동시에 출현한 사실이 더 풍부한 이야기거리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나는 2009년초 이 책을 잠시 유보해 뒀다. 그 무렵 스티브 잡스 전기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잡스의 생애를 쓰는 동안 인터넷의 발전과 컴퓨터의 발달이 어떻게 한데 얽혀있는지에 대한 내 관심은 더 깊어졌다. 그래서 잡스 전기를 끝내자마자, 디지털 시대 혁신가들에 관한 이 이야기를 쓰는 작업으로 되돌아갔다.인터넷의 프로토콜(통신규약)은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동료들끼리의 협력에 의해 고안됐다. 그 결과, 그렇게 해서 생겨난 시스템은 초기 발생 코드 안에 그와 같은 협력을 용이하게 하는 경향성을 심어놓은 것처럼 보였다. 정보를 생성하고 전달하는 능력은 각각의 노드로 완전히 분산되어 있어, 통제나 위계질서를 부과하려는 어떤 시도도 우회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각 개인이 통제하는 컴퓨터에 연결되는 식의 개방 네트워크 시스템은, 과거 인쇄기가 그랬던 것처럼, 정보 유포에 대한 통제권을 게이트키퍼나 중앙 권위체들로부터 뺏는 경향이 있었다. 이를 통해 평민들은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기가 훨씬 쉬워졌다.디지털 시대를 연 협력은 비단 동업자들 사이에만 이뤄진 게 아니었다. 세대 간에도 있었다. 혁신의 아이디어는 일군의 혁신가들로부터 다음 세대 혁신가들에게로 전수됐다.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또다른 주제는 디지털 혁신의 이용자들이 반복해서 커뮤니케이션과 사회 연결망을 구축하는 도구들을 만들어낸 사실이었다. 나는 인공 지능에 대한 계속된 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기계 간 협력이나 공생을 창출해내는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성과가 적은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다. 다시 말해, 디지털 시대를 특징짓는 협력적 창의력에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협력도 포함돼 있었다.끝으로, 디지털 시대의 진정한 창의력은 예술과 과학을 연결할 수 있었던 사람들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무엇보다 아름다움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내가 잡스의 전기 작업을 시작했을 때 그는 내게 말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늘 나 자신을 인문주의적 인간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전자기기를 좋아했다. 그때 나는 나의 영웅 중 한 명인 폴라로이드의 에드윈 랜드가 인문학과 과학의 교차점에 설 수 있는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읽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결론내렸다.” 이처럼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을 자신의 본래 자리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인간과 기계의 공생을 가능케 하는 데 기여했다. 그 이야기가 이 책의 중심에 놓여있다. 
  • 2014-10-18
    ​Zero to One: Notes on Startups, or How to Build the FuturePeter Thiel & Blacke Masters|Crown Business|224쪽|킨들판 12.99달러페이팔의 공동창업자로 유명한 미국의 혁신가 피터 씨엘(Peter Thiel·47)의 책이다. 그는 미국에서 주목받는 창업가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 헤지펀드 매니저로 활약 중이다. 책의 주제는 창의적인 기업을 만들고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2012년 스탠퍼드대에서 했던 스타트업 강좌 내용을 토대로 썼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편집자 주]가치있는 회사를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는 가치를 생산하지만 회사 자체는 별 가치가 없을 수 있다. 그 반대도 성립한다. 기업이 덩치는 커도 실적은 신통치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가령, 미국 항공사들은 수백만 승객을 상대하고 매년 수조달러 가치를 생산한다. 하지만 2012년 편도 항공료가 평균 178달러였을 때 항공사 수익은 승객당 37센트에 불과했다. 반면 구글은 생산하는 가치는 적지만 버는 것은 훨씬 크다. 구글은 2012년 50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항공사들의 전체 매출은 1600억달러였지만 올린 수익은 21%였다. 구글은 항공산업 전체 수익률의 100가 넘는다.왜 그런가. 항공사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는 데 반해 구글은 독야청청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이 차이를 두가지 단순 모델로 설명한다. 완전 경쟁과 독점이다. 완전 경쟁은 경제학 개론에서 이상적인 디폴트 상태로 간주된다. 완전 경쟁 시장은 생산자의 공급이 소비자의 수요와 맞을 때 평형을 이룬다. 경쟁 시장에서 기업들은 차이가 없다. 똑같은 균질의 상품을 판다. 어떤 기업도 시장 지배력을 갖지 않기 때문에, 기업은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에 맞춰 파는 수밖에 없다. 완전 경쟁 하에서는 장기적으로 어떤 기업도 수익을 남기지 못한다.그 반대는 독점이다. 경쟁 시장의 회사들은 시장 가격에 따라 팔아야 하는 반면, 독점 기업은 시장을 지배한다. 자기 가격에 따라 팔 수 있다는 뜻이다. 경쟁이 없기 때문에 자기 수익을 최대화하는 양과 가격의 조합에 따라 생산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 모든 독점 기업은 똑같다. 어떤 수완으로 경쟁자들을 따돌렸을 수도 있고, 국가로부터 특허를 확보했을 수도 있고, 혁신을 통해 정상에 올랐을 수도 있다. 여기서 불법적 강압이나 정부 특혜는 논외로 한다.독점 기업이란 한 회사가 어떤 일에 아주 뛰어나서 다른 기업이 유사 대체제를 내놓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회사는 0에서 1로 나아간 경우다. 구글이 좋은 사례다. 구글은 2000년대 초반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격차를 벌인 이래, 검색 시장에서 경쟁이라고는 몰랐다.미국인들은 경쟁을 신화화한다. 그것이 사회주의를 이긴 비결인 줄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본주의와 경쟁은 상반된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축적을 전제로 하는데, 완전 경쟁 하에서는 모든 이윤이 경쟁에 의해 잠식된다. 그렇다면 기업가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잡아두려면 아무 차이가 없는(경쟁을 허용하는) 상품/서비스를 만드는 사업은 하지 마라.실제로 세계가 얼마나 독점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지 아는가? 혹은 어느 정도까지 정말 경쟁적인지 아는가? 밖에서 보면 독점 기업이나 경쟁 기업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한쪽 극단에 가깝다.독점 기업이나 경쟁 기업이나 모두 진실을 곡해하게 돼 있다. 독점 기업은 자기 보호를 위해 거짓말을 한다. 자신들의 엄청난 독점적 지위를 떠벌렸다가는 회계감사나 조사가 들어오고 공격을 받게 될 거란 걸 알기 때문이다.독점 이윤을 이어가기 위해 위장도 한다. 흔히 자신들의 ‘경쟁력’을 과장한다. 가령 구글만 해도 자신이 독점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과연 그런가. 구글을 검색 엔진이라고 치자. 구글의 수익 95%는 검색광고에서 나온다. 2014년 5월 현재, 검색 시장의 68%를 차지한다. ‘구글’이라는 단어는 옥스퍼드사전에 동사로까지 정식 등재돼 있다. 하지만 구글을 광고회사라고 볼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구글이 미국 검색엔진 광고 시장을 완전히 독점할 경우라고 해도 세계 광고 시장의 3.4%를 차지할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구글은 세계 경쟁 시장에서 작은 주자처럼 보인다.비독점(경쟁) 기업은 반대의 거짓말을 한다: 우리는 ‘우리만의 리그’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이다. 기업가들은 경쟁의 정도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바로 그게 스타트업이 지르는 최대 실수다. 자신의 시장을 극도로 좁게 보고 마치 그 시장에서는 자신이 지배자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경쟁 시장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 기업이 갖는 어려움은 이윤 부족 외에 몇 가지가 더 있다. 경쟁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을 경우에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격렬히 싸워야 한다. 비용과 직원 임금도 최대한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동네 작은 식당들이 친할머니까지 수납부에 나와 일하고 주방에서는 아이들까지 설거지에 나서는 이유다.구글 같은 독점 기업은 다르다. 다른 업체와의 경쟁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직원들이나 상품, 그것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할 여지가 있다. 구글의 모토인 ‘악하게 굴지 마라(Don’t be evil)’도 기획성으로 내건 상표 같은 것이지만, 회사의 존재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도 기업 윤리에 대해 심각히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성공한 기업들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독점 기업은 돈 버는 것 이상의 것을 생각할 여력이 있다. 반면 비독점기업은 그럴 수 없다. 완전 경쟁 상태의 회사는 오늘 수익에 혈안이 돼있어 장기 계획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 결국 기업이 매일 반복되는 생존 투쟁을 초월할 수 있게 되는 발판은 독점 이익이다.하지만 독점은 사회의 다른 부분을 희생시키는 데서 나오는 잉여 수익 아닌가? 사실 그렇다. 이윤은 소비자의 지갑에서 나온다. 독점 기업은 나쁜 평판을 들을 만하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는 세상에서는 그렇다. 정적인 세계에서 독점 기업은 그저 지대(rent)를 챙기는 자에 불과하다. 시장을 한쪽으로 몰아갈 경우엔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역동적이다. 우리는 새로 더 나은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창조적인 독점 기업은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범주의 풍요를 더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줄 수 있다. 창조적 독점 기업은 사회의 나머지 사람들에게만 좋은 게 아니다.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강력한 엔진이다.정부도 이 점을 안다. 그래서 한 부처는 독과점을 단속하지만, 다른 부처는 독점을 권장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새 발명에 특허를 주는 제도가 그것이다.누군가가 모바일 소프트웨어 디자인 같은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해냈다는 것만으로 독점권을 줘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을 설계, 생산, 판매한 데서 나오는 독점 이윤 같은 것은 그저 인위적인 희소성에서 이익을 취한 게 아니라, 사회에 풍요를 안겨준 데 대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오랜 독점이 혁신을 질식시키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독점 기업이 출현하는 동학을 보면 알 수 있다. 애플이 iOS를 전면에 내세워 모바일 컴퓨팅을 확산시키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랜 운영체제의 지배는 줄어들 수 있었다. 그전 1960~70년대에는 IBM이 하드웨어를 독점했지만,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독점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과거 AT&T는 20세기 대부분 기간 전화서비스를 독점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수많은 통신사로부터 값싼 휴대폰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독점 사업이 진보를 막는 것이었다면 그것은 사회에도 해악이었을 것이고, 우리도 그것에 반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진보의 역사는 당대의 독점 기업을 더 나은 독점 기업이 대체해온 역사였다.독점 기업들이 진보를 이끄는 것은 수년 혹은 수십년 독점 이익에 대한 보장이 강력한 혁신의 동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혁신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독점 이윤 덕분에 장기 계획을 세우고 야심찬 연구 프로젝트에 돈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경쟁에 묶여 있는 회사들은 꿈도 못 꿀 일이다.그러면 왜 경제학자들은 경쟁 시장을 이상적인 상태로 생각했나? 역사의 잔재다.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수학 모형을 19세기 물리학자들의 작업에서 따왔다. 이들은 개인과 기업을 독특한 창조자가 아닌 대체 가능한 원자로 보고, 완전 경쟁을 평형 상태로 기술했다.하지만 사업에 있어서 평형 상태는 정태를 뜻하고, 기업으로서는 사망을 의미한다. 경쟁이 평형을 이루는 상태에 있는 시장의 기업은 하나가 사망해도 세상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로 차별화되지 않는 또다른 경쟁자가 언제라도 당신 자리를 대신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모든 새로운 창조는 평형과는 거리가 먼 곳에서 일어난다. 경제 이론 밖의 현실 세계에서는 기업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하는 정도만큼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따라서 독점은 병리적이거나 예외적인 것이 아니다. 독점이야말로 모든 성공적인 기업의 조건이다.톨스토이는 유명한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같다. 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만의 방식으로 불행하다.” 기업은 그 반대다. 모든 행복한 기업들은 다르다. 각 기업은 저만의 독특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독점을 얻는다. 반면 실패한 기업은 똑같다. 바로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 "대구는 최고의 청년도시죠."
    "강릉은 커피산업의 메카고요.
    "대덕은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겁니다."
    앉은 자리에서 술술 진단이 나온다. 환자 얼굴만 봐도 병을 알아보는 명의처럼, 고민에 빠진 우리나라 주요 도시들의 나아갈 방향을 척척 짚어내는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 그는 학계를 대표하는 국제문제 전문가지만,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할 정도로 지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