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06-15
    메이커스 진화론|오가사하라 오사무 지음|노경아 옮김|더숲|200쪽|1만3500원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 있는 스타트업(신생기업) 제작 지원 공간인 '아키바(AKIBA)'는 시제품 제작 장비에서 성능검사 장비까지 총액 5억엔 이상의 설비를 갖춘 개발자들의 천국이다. 이곳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투자를 받아 세계로 직진출하는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아키바에서 책임자로 활동했던 저자는 일본에서 이른바 '메이커스'로 불리는 소규모 기업이 활성화되는 이유를 일본 특유의 '모노즈쿠리(물건 만들기)' 전통에서 찾는다. IT(정보기술)가 이제 PC나 스마트폰에 들어가지 않고, 화면 바깥의 다양한 사물에 담겨 연결되면서 일본 제조업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는 것. 그동안 '창조 경제' 슬로건만 무성했을 뿐 아직 질적(質的) 전환의 계기를 찾지 못한 우리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저자는 "아마존에 없는 제품을 만들라"고 젊은 창업자들에게 힌트를 주기도 한다. 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14/2016051400273.html  
  • 2016-06-06
    데이비드 실즈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지난 4월, 3년간 쥐고 있던 신작 원고를 끝낸 다음 날이었다. 새벽 2시경,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았다. 멱살을 잡히듯 일어나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아버지는 잠든 것처럼 침대에 누워 계셨다. 믿기지 않았다. 큰 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건강검진차 입원했다가 돌아가시다니. 친척 어른들은 '호상'이라는 말로 얼이 빠진 우리 네 남매를 위로했다. 두려움이나 고통 없이 가셨으니 당신에겐 '복'이 아니겠느냐고.아버지는 선산 납골당에 안치됐다. 26년 만에, 먼저 떠난 아내와 나란히 눕게 된 셈이었다. 우리는 두 분 사이에 아버지의 휴대전화를 놓아두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남동생이 그러자, 해서 그리했을 뿐. 일주일 후, 나는 중국 선전에 가 있었다. 일과를 끝낸 후, 멍한 심정으로 야외 민속공연장에 갔고 공연을 기다리는 중에 달이 떴다. 왜 그랬을까. 환하게 웃는 듯한 보름달을 올려다보다 휴대전화를 꺼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소리가 울린 후, 수화기 저편에서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로소 아버지의 죽음이 실감났다. 나중에, 동생들 역시 각자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봤다는 걸 알게 됐다. 나와 같은 안내 멘트를 들었고, 같은 기분을 느꼈으며, 같은 말을 묻고 싶었다는 것도. 아버지, 잘 도착하셨어요?"아버지는 내 입과 내 타자기에서 흘러나오는 단어들을 사랑하라고 알려주었고, 내가 내 몸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사랑하라고, 다른 누구의 거죽이 아니라 내 거죽에 담겨 있는 사실을 사랑하라고 알려주었다."데이비드 실즈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이 책을 어떤 장르라고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다.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이자 편집자인 작가가 '죽음을 주제로 생물학과 인문학과 개인사를 뒤섞어 풀어낸 회고록'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까. 참고로 한 잡지는, 감상주의를 걷어낸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같다고 평했다. 유년기와 아동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와 죽음,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으로 건조한 유머와 매정한 진실들이 독자의 갈비뼈를 툭툭 내찌른다. 우리가 죽음 앞에서 아무리 억울해해도 신은 콧방귀도 끼지 않는다고. 그러니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삶을 사랑하라"고.선전에서 이 책을 읽었다. 읽는 내내 기묘한 위안을 받았다. 아버지의 응답을 받은 느낌이었다. 나, 잘 있다. 너도 네 인생을 잘 살다 오너라.정유정 소설가​ 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28/2016052800265.html​ 
  • 2016-05-13
    코맥 매카시 '더 로드'태초에는 태양이 두 개 있었단다. 동쪽에 하나, 서쪽에 하나. 사람들은 어느 태양을 신으로 섬겨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서쪽 태양을 쏴 없애야 한다는 선지자의 처방이 나왔으나 그 길을 가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세상은 혼돈의 어둠 속으로 잠겨 들었고, 사람들은 영웅의 출현을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가 활을 쥐고 나타났으니, 어딘지 어리보기 같은 데다 갓난애까지 등에 업고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열렬하게 어리보기를 격려했다. 어서방, 파이팅이여.그는 서쪽으로 달려갔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는 사이, 등에 업힌 아기는 소년이 되었다. 그는 소년이 넘어지거나, 힘들다고 투정하거나,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쓸 때마다, 일으키고 격려하고 나무라면서 고사리손을 이끌고 달린다. 소년이 청년이 되자 부자는 나란히 발맞춰 달리게 되고, 그가 늙어 더 달릴 수 없게 되자 아들은 활을 넘겨받아 홀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서쪽 땅끝에 도착해 태양을 쏴버린다.초등학교 시절에 읽은 신화로 '아비는 자식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신화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 만난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는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가장 감동적인 신화가 되었다.대재앙이 일어난 지구. 문명이 파괴되고, 수많은 생명이 멸종되고, 도처에 인육사냥꾼이 날뛰는 황폐한 잿빛 땅을 아버지와 아들이 걷는다. 추위에 떨고 굶주리면서 끝없이 걷는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왜 가는지 아버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을 뿐. 우리는 불을 옮기는 사람들이다."그날 밤 소년은 아버지 가까이에서 자며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아버지는 차갑고 뻣뻣했다. 소년은 앉아서 오랫동안 울다가 일어서서 숲을 헤치고 길로 걸어나갔다. 소년은 돌아와서 아버지 옆에 무릎을 꿇더니 차가운 손을 잡고 아버지 이름을 연거푸 불렀다."'서부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코맥 매카시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이른바 '종말 후의 이야기'인 이 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이라 평가되는 소설이자 퓰리처상을 안겨준 작품이며, 자신이 죽고 난 후 세상에 홀로 남을 어린 아들을 위해 썼다는 '아버지의 소설'이기도 하다. 정유정 소설가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07/2016050700278.html
  • 2016-05-03
    아르튀르 랭보 《​지옥에서 보낸 한 철》, 민음사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전설에 등장하는 모든 영웅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르 제국의 왕 길가메쉬는 괴물 훔바바를 죽이고 불사신이 되기 위해 우트나피시팀을 만난다. 영생은 얻지 못하지만 삶과 죽음의 비밀을 이해한 길가메쉬는 고향 우룩으로 돌아온다. 10년 동안의 트로이전쟁에서 드디어 승리한 오디세우스는 또 다시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온다. 인육을 먹는 키클롭스의 눈을 멀게 하고, 유혹하는 사이렌들의 노래를 견뎌내며 고향 이타카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하지만 더 이상 20년 전 떠난 오디세우스가 아니었다. 아내 페넬로페 마저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떠나는 자에겐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유 없이 떠나는 사람은 없다. 그게 바로 헤어짐이다. 그리고 예전 자신의 세상과 이별한 자에겐 도전과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그게 바로 성숙이다. 그리고 떠나 성숙한 자는 다시 익숙한 세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돌아온 자는 더 이상 떠난 자가 아니다. 그게 바로 귀향이다. 모든 영웅들은 결국 헤어짐, 성숙, 그리고 귀향을 통해 드디어 진정한 영웅이 된다는 말이다. 물론 모든 영웅들이 귀향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최고의 영웅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에서 숨지고, 알렉산더 대왕 역시 머나먼 바빌론에서 서른 세살의 젊은 나이에 눈을 감는다. 여전히 젊음과 반란의 심볼인 제임스 딘(James Dean). 그가 만약 스물 네 살이라는 터무니없이 젊은 나이에 죽지 않았다면? 대머리에 배가 나온 중년의 제임스 딘을 상상할 수 없는 우리. 영웅은 늙어서도, 평범한 삶을 살아서도, 아니 행복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을 우리는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19세기 최고의 시인 중 한 명이었던 아르튀르 랭보. 그보다 더 젊고 더 영웅적인 시인을 상상 할 수 있을까? 또래들이 여전히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놀 때, 16살의 랭보는 <취한 배>라는 그야말로 천재적인 100줄 짜리 시를 쓴다. 열 아홉 살의 랭보는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쓰고, 스물 한 살의 랭보는 더 이상 시를 쓰지 않는다. 왜 스물 한 살의 랭보는 시를 포기했던 것일까? 더 이상 밤새워 모음과 자음의 색깔을 구상하지 않기로 한 랭보는 여행을 떠난다. 용병으로 지원해 인도네시아로 향한 랭보. 4개월 만에 탈영한 랭보. 지중해 섬 키프로스 공사장에서 노동꾼으로 일하는 랭보. 그리고 드디어 이디오피아 하레르에 정착한 랭보. 그는 무엇을 찾아 떠돌아다녔던 것일까? 이디오피아에서 랭보는 많은 돈을 번다. 큰 사업과 무역으로 성공한 랭보. 그가 정말 파리에서 16살 나이에 <취한 배>를 쓴 랭보와 같은 사람일까? 스물 한 살부터 시를 쓰지 않았던 랭보.  하지만 이디오피아에서 그는 몰래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한다. 어쩌면 자신에게 외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은 여전히 자신이라고. ‘현실’이라는 지옥에서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취해서 기쁨도 슬픔도 못 느낄 때까지 ‘인생’이라는 술을 마시고 또 마셔야만 했다고.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과 교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28/2016042800876.html  
  • 2016-03-28
    얼마 전 향년 84세에 세상을 떠난 석학 움베르토 에코는 중세학자이자 소설가였다. 아니, 어쩌면 그는 20세기 최고의 ‘중세학적 소설가’ 였는지도 모른다. 특히 그의 첫 작품 《장미의 이름》은 중세기 스콜라 철학의 최대 고민거리였던 ‘보편성’(Universal) 문제를 흥미로운 추리소설로 해석한 바 있다. 다시 한번 기억해 보자. 소설의 배경인 수도원은 아마도 이 세상에 단 한권 남아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편》을 보관하고 있었다. ‘비극’을 주제로 한 《시학 1편》과는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2편에서 ‘희극’을 설명한다. 하지만 우주는 조물주가 창조하지 않았던가? 모든 웃음은 비웃음이기도 하다. 신이 창조한 세상을 비웃는다는 것은 신을 비웃는 것과 다르지 않다! 너무나도 위험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시학 2편의 존재를 숨기려는 도서관장은 결국 책을 읽으려는 수도승들을 살인하기 시작한다.장미의 이름은 물론 소설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장미의 이름 보다 더 흥미로운 질문 하나를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편은 과연 존재했을까? 아마도 존재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남아있는 시학에서 비극의 기원과 역할을 다룬 아리스토텔레스는 “추후 희극에 대해서도 설명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희극을 다루기도 전 문장 한 중간에서 끝나버린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선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플라톤은 고대 그리스⋅로마인들이 읽었던 플라톤과 대부분 동일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다르다. 기원 후 3세기 학자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우스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는 445,270줄의 글을 출간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남겨진 글은 110,000줄 정도다. 3분의 1의 글이 지난 1800년 동안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더구나 라에리티우스가 남긴 목록의 제목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제목들과는 전혀 다르며, 대부분 책들은 플라톤과 같이 문답 형식으로 출간되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낼 수 있다. 결국 아리스토텔레스가 직접 출간한 책들은 모두 사라지고, 오늘날 남아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들은 그의 책 또는 강연을 기반으로 누군가가 요약⋅편집한 글들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작품들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된 시학 2편은 이런 요약⋅편집 단계에서 영원히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하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편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있다는 주장이다. 1643년 발견된 저자 없는 ‘트락타투스 코이슬리아누스’(Tractatus coislianus)라는 이름의 고대 문서는 희극의 기원과 의미를 설명한다. 그렇다면 ‘코이슬리아누스’의 저자는 누구였을까?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에서 인용한 시학 2편은 바로 코이슬리아누스 번역판이었다. 에코와 같이 역사학자 월터 왓슨 역시 코이슬리아누스야 말로 그동안 잃어버렸다고 믿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상당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직접 작성했을 수도 있는 ‘웃음의 미학’을 우리가 어쩌면 1800년 만에 다시 읽을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미소를 감출 수 없다.  Walter Watson《The lost second book of Aristotle’s Poetics》2015, University of Chicago Press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22/2016032202756.html 
  • "대구는 최고의 청년도시죠."
    "강릉은 커피산업의 메카고요.
    "대덕은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겁니다."
    앉은 자리에서 술술 진단이 나온다. 환자 얼굴만 봐도 병을 알아보는 명의처럼, 고민에 빠진 우리나라 주요 도시들의 나아갈 방향을 척척 짚어내는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 그는 학계를 대표하는 국제문제 전문가지만,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할 정도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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